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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Jun 28. 2023

조급증의 대가




몇 년 전의 무기력하고 생각이 없던 사람으로 다시 되돌아가기 싫었다. 나 홀로 우울감에 싸워 봤던 사람은 알 것이다. 아침이 되면 해가 지고 밤이 오길 바라고 밤이 되면 얼른 눈을 감고 아침이 오길 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말이다. 뻘에 발이 빠진 것처럼 수렁에서 나오려 안간힘을 쓰다 그것이 코로나 후유증이라 진단으로 치부했다. 부단히 나오려고 애를 쓰며 무기력한 생각을 돌리고자 미친 듯이 글을 발행하자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마음이란 놈을 쟁취하고 그 길로 나다움을 되찾아 뿌듯했다. 글에도 생기가 넘치고 순풍에 돛 단 듯이 쉬이 멀리멀리 쉽게 나아갔다. 3주 동안 나아지지 않던 입병도 말끔히 사라지고 일상에 텐션도 올라왔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사회복지사 1학기 기말고사와 독서지도사 서평 쓰기만 하면 올여름은 당분간 쉬겠구나 기쁨 마음이 들었다. 



하기 싫은 일을 순서를 정해 해치워 버리자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제일 하기 싫었던 코로나바이러스 서평 쓰기를 제출일 당일 끝냈는데 틀에 맞춰서 써야 해서 근근이 겨우 우걱우걱 먹어 치우듯이 제출을 했다. 제출했다는 뿌듯함 보다 찜찜함만이 남았지만 더 질척거린들 나아지지 않기에 막차를 탔으니 다음 순서로 향했다. 



다음 해치울 일은 사회복시사 기말고사 7과목이 기다리고 있다. 2학기에 무조건 실습을 나가야 하기에 반드시 이번에 학점을 채워야 한다. 리포트와 퀴즈등 요건을 다 갖췄기에 통과할 거 같지만 상대평가라서 방심은 금물이다. 



토요일 카페에서 볼까도 생각했지만 손님이 오면 난감하기에 일요일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잠을 청했다. 아이들이 깨어나면 집중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잽싸게 보는 거야 다짐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러나 일요일 새벽 5시는 무리고 겨우 6시에 눈이 떠져서 주섬주섬 커피를 내려서 한잔 휘리릭 마시고 노트북을 켰다. 




연달아 2과목을 보고 났더니 아이들이 일어났다. 이런 날은 조금 늦게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머피의 법칙은 이럴 때 딱 맞아떨어진다. 간단하게 아침 요깃거리를 주고 다시 시험에 몰두했다. 점심도 챙겨주고 6시부터 시작한 시험은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시험본 후 보상이 담긴 혼자만의 밥상이 차려졌다. 7과목 하루에 다 보는 게 힘들다기보다 남편이 중간에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밥도 좀 챙겨주면 좋을 텐데 혼자서 왜 이렇게 바둥바둥 거리나 서럽기도 했고 내가 자초한 일이니 해야겠구나 그냥 체념했다. 중간고사는 코로나와 함께 보느라 힘겨웠다면 기말고사는 한 달에 한번 걸리는 마법이 함께해서 가지가지하는군 컨디션은 이번에도 나랑 안 맞는구나 성적이나 잘 나오길 바라며 고기와 청양고추를 야무지게 씹어 먹었다. 




일주일을 휘몰아치고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은 유일하게 쉬는 날이라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아침부터 집안일을 돌리고 너무나 기다렸던 작가님을 만나서 브런치를 먹고 돌아와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쳤다. 오늘 하루도 묵직하게 보냈구나 뿌듯함과 입안이 찌릿찌릿하다. 



어랏..! 조짐이 안 좋다. 입이 찌릿찌릿 결국 다시 구내염이 도졌다. 남편은 도대체 몸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구내염이 또 왔냐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며칠 전 팔에 화상 입었던 곳도 색이 예사롭지 않았다. 딱지도 아닌 것이 왜 붉게 올라오지 나아가는 건가 약을 바꿔서 발랐더니 노랗게 살이 올라왔다. 오호라 이제 수영을 가도 되나 의심이 들었는데 노란 부위기 조금 더 커졌다. 







촉은 정확했다



노랗게 변한 건 새 살이 돋아난 것이 아니었다. 피부과 선생님이 살이 아닌 거 같아서 오셨죠? 농입니다. 빨리 오시지 왜 더디 오셨냐며 연고로 농을 녹여서 없애보고 안되면 긁어내야 한다고 했다. 악! 망했구나 염치는 있어서 수영은 언제 갈 수 있는 거죠?라는 말은 안 했다. 눈치를 챙겼기에 망정인데 정말 물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유일한 내 취미 내 숨 쉬는 공간이 없어져버린 심정이 슬픔을 잔뜩 머금었다. 



몸과 마음은 하나  



마음을 돌보느라 몸을 혹사시켜 새벽 수영부터 저녁에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병원에 갈 시기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휴식은 없어도 된다고 치부해 버렸더니 그 대가는 참혹해 다시 몸이 망가져 버렸다. 구내염과 화상염증이 같이 오고 난 뒤에야 깨달았다. 몸 역시 제때 돌보지 않으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몇 배로 시간과 돈이 드는 것을 왜 모르는지 잊지 말고 잘 기억하기를 아니 좀 더 오래 잊지 않기를 바란다. 




부단히 노력해서 올려두었던 마음은 내려가지 않았구나 다행이야 안도감이 맴돌았다. 차근차근 건강을 돌보아서 글도 쓰고 새벽수영도 나가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그날이 조금 빨리 오면 안 되겠니?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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