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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Oct 15. 2024

사랑과 우정이 밥 먹여주냐고요?

네, 밥만큼 중요합니다. | 스물다섯 스물하나


"떡볶이 먹을래?" 그 한마디면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까르르 웃으며 분식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 하굣길의 해는 천천히 저물어갔고 이야기는 멈출 줄 몰랐던 그때, 소소한 것들에 웃음을 터트렸던 우리는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감정을 찾기 어려워졌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는 낯설기 그지없다. 예전처럼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기보다는, 가벼운 농담과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게 된다. 친구가 "잘 지내?"라고 물었을 때, "응, 그럭저럭."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란 뭐라 말하기 어렵다. 더 깊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나를 보면서, 우리 사이에 쌓인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다.


그 시절 순수했던 우리는 무엇이든 나눌 수 있는 친구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 우리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져 있었다.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드는 시간은 점점 드물어졌고, 그때 느꼈던 따뜻한 감정은 닿을 수 없는 기억 속에만 남아있었다.


생각이 깊어질 때쯤, 문득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찬란한 청춘의 한 시기를 가리키며 "사랑과 우정이 전부였던 시절"이라고 하는데, 마치 내 어린 시절을 설명하는 것 같아서였다.


모든 게 충분했던 그 순간들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유는 정말로 그것이 너무 짧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세월이 지나며 소중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내 손을 떠났다. 그때의 감정은 어딘가 희미해졌고, 삶은 예상치 못한 무게를 더해갔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도, 내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휘청거릴 때가 있었다. 글을 쓰는 것조차 버거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수없이 들었는데, 그런 나를 붙잡아준 것은 친구들의 응원이었다. 


"네가 쓰는 글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 너무 고마워.", "글 재밌더라. 잘 읽고 있어." 어른이 된 후 여러 모임에서 만난 이들이었는데, 그들의 말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내 안에 스며들었다.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믿어준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친구들의 믿음은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때로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사랑과 우정이 전부였던 시절"이 잠깐이었다는 말은 틀린 것일지 모른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았고 종종 우선시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깨달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사실이다. 어른이 된 후 만난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그 나름의 깊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서로의 무게를 나누고 어려움 속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마음 또한 예전의 그것 못지않게 소중하다. 사랑과 우정은 한순간 스쳐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의 일부로 남아있으며, 마치 작은 등불처럼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내가 어둡고 먼 길을 떠날 때도 헤매지 않도록, 방황하지 않도록 나를 이끌어주는 당신들이 있었기에, 내 삶이 좀 더 따뜻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와 함께했던 모든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고마워. 앞으로도 그 온기가 나를 살아가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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