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햇살'같은 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너의 결혼식 날, 나는 결국 울컥하고 말았어. 축사를 하던 중, 차분하게 흐르던 음악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날의 따뜻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문득 어린 시절의 우리가 떠올랐어. 그 순간, 너도 나를 보며 눈물을 보였지.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지. 그때 너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던 '인싸'였어. 내향적이었던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이 참 신기했지. 하지만 단지 활발하고 사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를 기억하는 게 아니야. 너는 반 아이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고, 그 진심이 언제나 전해졌거든. 나처럼 남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아이들조차도 너와 함께 있을 때는 무장해제가 되곤 했잖아. 그때 나는 네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보며 참 많은 걸 배웠어. 사람을 대할 때 편견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너의 모습은 늘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지.
그리고 너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불량하다고 여겨지던 아이들에게도 너는 거리낌 없이 다가가 말을 걸곤 했잖아. 그런데도 그들 속에 섞이지 않고 너만의 선을 잘 지켰지.
기억 나? 학원 쉬는 시간에 간식을 사러 잠깐 나갔던 날, 으슥한 골목길에 있던 아이들을 나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어. 괜히 시비라도 걸릴까봐 두려웠거든. 그런데 그곳에 있던 애들 중 하나가 너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 너는 그만큼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지.
그때부터 너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어. 너는 언제나 나의 곁에서 진심으로 나를 지지해줬고, 특히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에도 함께 있어주었어. 부모님 싸움이 극에 달해 집이 지옥 같았던 그때, 더 이상 집에 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루면서도 내 인생을 체념하던 그 순간에도 내 옆에 있던 사람은 너였지.
네가 나를 도와주었어. 너는 바쁜 와중에도 내가 새 집을 알아보는 일까지 도와주는 등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나를 도와주었지. 네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네 덕분에 그때 죽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어. 그때 나는 깨달았어. 내 곁에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네가 내게 준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껴져.
네가 베이킹 수업에서 만든 빵들을 당현천에서 함께 먹었던 날 기억나? 그날도 나는 부모님 싸움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어. 그런데 네가 수업에서 만든 다쿠아즈 등 직접 구운 빵을 나에게 내밀며 “내 생각이 나서 가져왔다”고 했지. 그때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단다. 곧이어 우리는 벤치에 앉아, 바삭하고 달콤한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지. 네가 베이킹 수업에서 배운 이야기를 하며 활짝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그 빵을 먹으며 나도 잠시나마 모든 걱정을 잊고,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어. 네가 만들어준 빵은 그저 맛있기만 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한 위로였어.
너는 늘 정다운 친구였어. 어느날은 TV드라마를 보면서도 네가 떠올랐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가 친구 최수연(하윤경)을 "봄날의 햇살"이라고 부르며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하잖아. 그 순간, 네 생각이 나더라. 너 역시 내게 그런 사람이거든.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축사를 준비하면서 한참 고민했어. 어떻게 해야 내 진심이 너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네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네 행복을 바라는지 모두 담을 수 있을지 말이야.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고, 그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를 때마다 내 마음이 벅차오르더라.
결혼식장에서 본 너의 모습도 잊을 수 없어. 따뜻한 빛 속에서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랑 곁에 서 있던 너는 정말 아름다웠어. 너는 신랑의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고 있었지. 네 얼굴엔 행복과 설렘이 가득했고, 그 순간의 모든 것이 너를 빛나게 하고 있었어.
축사를 하는 동안 나는 애써 너의 눈을 피했어.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거든. 그러다 결국 너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말았어. 반짝이던 그 눈물은 우리의 지난 추억을 상징하는 것 같았지. 네가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차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단다.
축사가 끝난 후에도 마음 속에 진한 여운이 남았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지. 너는 언제나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로 남을 거란 걸. 내가 축사에서 한 말들은 모두 진심이야. 너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어. 그런 너와 평생을 함께하게 된 신랑 분은 정말 큰 복을 받은 게 아닐까? 네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네가 만들어갈 가정에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라고 확신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결혼 축하해.
그리고 나도 너의 인생에 늘 함께할 거야.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긴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마음을 나눌 거라는 걸 알아. 너의 인생이 늘 행복으로 가득하길, 그리고 내가 그 곁에서 계속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랄게.
늘 고마운 친구 인겸이에게, 그날 시간 관계상 미처 전하지 못한 축사 나머지를 오늘에서야 전해. 네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어. 너는 나에게 언제나 '봄날의 햇살'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