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금요일 아침
회색 하늘 아래
세상은 조용히 젖어갔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물기 어린 도로 익숙한 길
오늘 하루만 지나면
잠시 멈출 수 있다는
희망 하나를 품고
고개를 들어보았다
우산 너머로 스치는 얼굴들
빗방울 사이로 번지는 표정들
모두가 나처럼
조금은 지쳐 있었고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고
조금은 웃고 있었다
살짝 젖은 머리카락
말없이 걷는 어깨들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는
비 오는 아침에만 공유할 수 있는
어떤 조용한 온기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조금은 닮아 있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