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앞에서-기청

행복한시 읽기

by 니르바나

[photo poem]

들국화1013.jpg


들국화 앞에서-기 청


아무도 돌보지 않는 대로

상채기 풀어헤친

그대로

무질서의 질서를 지키며


한여름 뙤약볕을 견디고

어둔 밤 긴긴 외로움 견디고

성난 태풍도

거뜬히 견뎌내고


이 가을 너는

잔다르크보다 당당한

무적의 여전사(女戰士)로

대지의 점령군으로


여치며 귀뚜라미 같은

전령사 앞세우고 마지막 까만

한 톨의

결실까지 전리품을

챙겨 돌아오는구나


어느 이름 없는 병사의

묘비명(墓碑銘)앞에서처럼

옷깃을 여미는

나는

너의 마지막 포로인가.


출전/ 기청 시집 <안개마을 입구>2013



>>>>>>窓<<<<<<<<


국화 ‘옆에서’와 ‘앞에서’의 차이는 무엇일까?

옆에서가 ‘겸손과 관조’라면 앞에서는 ‘존경과 흠모’다.

존경이 더하면 포로(대상과의 합일)의

경지가 된다.


온갖 장애물(인생의 고비)을 돌파하고 적진에 뛰어들어

마침내 전리품(삶의 결실)을 챙겨 돌아오는

여전사(들국화)의 당당함-거기에 옷깃을 여미는

숙연함이 느껴진다.
(청사)




시인 약력/ 기 청(氣 淸)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1977)

이후 시 시조 비평 희곡 등 다수 발표

시집으로 <풍란을 곁에 두고>,

<길 위의 잠><안개마을 입구>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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