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르바나 Oct 09. 2019

병든 가을-기욤 아폴리네르

이 계절의 시


[이 계절의 시]




병든 가을-기욤 아폴리네르


황금빛으로 병든 가을이여

장미밭에 태풍이 일면

포도밭에 

눈이 내리면 너 죽으리라


불쌍한 가을이여

눈(雪)과 타 익은 과일의

휜빛과 부유함으로 죽으라

하늘 속에는

결코 사랑한 적 없는

푸른 머리털의 난장이 요정 위를

솔개미가 돈다

먼 숲기슭에는 

사슴이 운다


오 계절이여 내 얼마나 사랑하는가

녜 소문을 내 얼마나 사랑하는가 

줍지 않아도 떨어지는 과일

바람 그리고 가을에 잎마다 울음 우는 숲

짓밟는 잎 굴러가는 기차 

삶도 흘러간다.


출전/ 세계 대표명시집


//////////// 窓 ////////////////////


폭염이 대지의 생명을 위협하더니 저만치

물러나고 비가 내린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 무언의 교훈을

고난 뒤에 위로가 준비되어 있음을, 아무리 거친 폭력이라도

주검을 위무하는 산자들의 기도에 숨을 죽인다

기뻐하라 살아있음을 안도하라 

태풍이 지나간 뒤에 저리 순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남은 과일과 햇곡식을, 남김없이 속을 채우고 익혀서

달콤한 과즙과 포도주의 향연(饗宴)을 준비하리라


비는 지난 여름 실종된 바다의 풍요, 파도의 잔혹을

씻어내리는 눈물, 아직 채 뿌리지 못한 수확의

씨앗을 바람에 말리는 무명과 미혹(迷惑)의 눈물,

모든 생명의 어머니, 대자대비(大慈大悲)의 크나큰 축복

대지의 눈물이여!.

(글-기청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 프랑스 시인


20세기 초반의 전위적 에술운동에 참가한 그는

피카소와 더불어 입체파 미학을 세운 현대

모더니즘의 개척자.

문학사적으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했다 대포시집 <알콜>은 현대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풀은  일어선다 -죽창가 부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