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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27. 2024

나는 죽었지만, 다시 산다 #6

또 바뀌어버린 몸

“몸을 바꾸는 거야.” 


 오늘이 말한 마지막 방법은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뭐라고???” 

“말 그대로야. 지금 살고 있는 네 몸을 다른 몸으로 바꾸는 거지. 육체를 바꾼다는 이야기야.” 

“아니, 임관홍의 몸으로 산지 2일 만에 다른 몸으로 또 바꿔서 산다고? 

그게 쉬운 일도 아니고, 애초에 추천을 안 한다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인 거 아니냐고.”


 [“네가 들킬만한 상황만 안 만들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어쩔 수 없으니 난 대안을 제시할 뿐이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 거고.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기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몸에 또 적응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두 번째로 체인지되는 육체의 영은 영의 공간에 보관되는 것이 아니고 임관홍의 몸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2명의 영이나 보관을 할 수는 없거든, 그래서 한 명은 다른 육체에 기거할 수밖에 없어.” ]


 임관홍의 몸으로 살게 된 첫날에는 나름 조심한다고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하루 지나니까 그새 나름 적응됐다고 너무 방심을 했던 것 같다.


 순간순간 해왔던 나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만들고 나의 미래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섭기도 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선택이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러면 이번에도 누구로 살 지 내가 선택을 해야 하는 거야?” 


[“물론이지. 

누구로 살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는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너를 의심하기 시작한 사람으로 몸을 바꾸는 걸 추천해. 


 영과 육이 서로 이어진 상황에서는 의심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거든. 뭐 몸을 바꾸면 의심이 확신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후··· 그럼 채주임으로 몸을 바꿔야겠네.” 

“오로지 너의 선택이야. 난 제시만 할 뿐이지. 너의 인생이 되는 거고 너의 미래가 될 현재니까. 내가 대신 선택해 줄 수는 없어.” 

“그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채주임과 몸을 바꾸는 걸로 선택할게.” 


 오늘은 내가 선택하는 거라고 했지만 답은 거의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선택지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루에서 임관홍으로, 임관홍에서 채주임으로 또 다른 몸으로 살게 된다니 나도 이젠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채주임은 바뀐 몸으로 서로를 마주해야 하니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궁금증은 떨쳐낼 수 없었다.


 “근데 채주임과 몸을 바꾸게 되면 결국 회사에서 마주치게 될 텐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사실을 그대로 말해도 되는 건가?”

 “이제는 채주임과 네가 운명 공동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 하나? 채주임도 몸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되는 입장이 된 거고, 그러니까 너의 비밀도 발설할 수가 없게 되는 거지.”


 “그럼 나는 정체를 안 들켰는데 채주임이 들키게 되면···혹시..?” 

“그래 맞아. 채주임이 정체를 들켜도 너는 미션 실패야. 그러니까 둘 다 정체를 잘 숨기면서 미션을 완수해야 해.” 

“채주임님이 과연 날 도와주실까··· 도움을 거부하게 되면 그대로 끝인 거야?” 

“실패하게 되면 채주임에게도 페널티가 있어.”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지. 페널티라니?” 


[“어쨌든 몸이 바뀌었기 때문에 채주임에게도 책임이 부여되는 거야. 


 너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육체에서 사는 동안 그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 행위에 따라서 페널티가 주어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 페널티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거지.”]


 “뭐??? 그렇다는 건 채주임뿐만 아니라 임관홍도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둘이 바뀐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거야?” 

“그렇지. 이제야 좀 이해했구나.” 


 오늘이 처음 나에게 말했던 내가 선택한 육체의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실패했을 땐 이렇게 바뀌는 거였구나. 그저 머리로만 이해했던 그 책임감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았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흑.. 흐윽. 내가 선택한 순간들이 이런 결과가 되는 건 줄 정말 몰랐어.”


 [“아직 결괏값이 도출된 건 아니니까 벌써부터 슬퍼하고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마. 


 네가 그런 감정을 느꼈고 생각을 했다면 앞으로 바뀐 몸의 주인들을 위해서 너의 몸으로 살 때보다 더 열심히 살고 미션을 꼭 성공시키면 되는 거야. 


 한 번의 실패가 삶을 영원히 뺏어갈 수도 있지만, 한 번의 성공이 모두를 살리고 너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줄 거니까.”]


 ‘그래, 벌써부터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채주임님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도움을 구해보자.’ 


 “오늘, 혹시 한 가지만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니?” 

“뭔데? 일단 이야기해봐.” 

“지금 육의 공간으로 돌아가게 되면 채주임과 몸이 바로 바뀌는 거잖아. 지금 말고 내일 아침에 몸을 바꿀 수는 없을까? 미리 채주임에게 설명을 했으면 해.” 

“그래. 그 정도는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채주임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꼭 먼저 하고 싶었고 오늘에게 허락도 받아냈다. 


 내가 평생을 살아오던 몸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바뀌고 그 이후 미션을 성공하지 못했을 때 맞이하게 될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나의 선택으로 인해서 채주임님의 삶도 변하게 되는 거니까, 이 일에 대한 사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눈 감으면 육체의 공간으로 돌아갈 거야. 건승을 빈다, 하루.” 


 오늘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


 눈을 뜨니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임관홍의 자리가 아닌 채주임의 자리. 이 순간 채주임은 얼마나 놀랐을까. 

'오늘, 이 자식 내 부탁을 잊은 건가' 육체의 공간으로 돌아오자 채주임과 임관홍의 몸은 서로 바뀐 상태였다.


 어서 빨리 상황을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고 마침 각자 업무를 시작한 상황이라 생산직들은 거의 현장에 있어, 사무실에는 몇 사람이 없었고 바로 뒤를 돌아 임관홍의 몸으로 들어간 채주임에게로 향했다. 


 내가 임관홍의 몸 앞에 멈춰 서자,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채주임님···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어요.” 


 누가 들을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기.. 혹시 임 과장님···이신가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역시나 채주임은 갑자기 바뀌어버린 몸을 마주하고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주임님이 지금 임관홍의 몸에 들어가 있어요. 자세한 건 나가서 이야기하시죠.”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회사 옥상으로 채주임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주임님 놀라셨겠지만 진정하시고, 제 얘기 들어주세요. 먼저 이렇게 된 이유는 저 때문입니다. 사과드릴게요.” 


 채주임님은 오만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뒤로한 채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야기하자면 긴데, 시간이 얼마 없어서 빠르게 말씀드리는 거 양해 부탁드려요. 사실 주임님의 몸에 있는 영혼은 임관홍이 아니라 하루입니다. 제가 하루예요.” 


 충격 발언이긴 하지만 채주임은 엄청나게 충격받은 표정이었고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임님 괜찮으세요?” 


 채주임은 말소리는 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오늘 회사 끝나고 말씀드릴게요. 


 핵심만 얼른 말하자면 제가 하루고 제가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에 영의 공간에서 기회를 받아서 다른 육체로 2달간 살면서 미션을 완수하게 되면 죽기 전 제 몸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 수 있게 되고 실패하게 되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들키면 안 되는데 주임님께 의심을 사게 되어서 경고를 받았고, 마지막 육체를 옮길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받게 되었는데 주임님께 들킬 위험이 가장 높아서 주임님 몸을 선택하게 되었어요···죄송해요.” ]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전하기도 어려운데 회사에서 누가 보거나 듣게 될까 무서워서 제대로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상태로 말을 해서 채주임님이 이해하고 도와주실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반응을 마주했다. 


 “하루야···미안해.. 흑···” 채주임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


 ["주임님··· 주임님이 미안해하실 것 하나도 없어요. 제가 주임님 몸을 선택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그리고 주임님께서 저를 도와주기 싫으시다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무조건 성공시켜야만 해요. 


 주임님께서도 이제는 몸이 바뀐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면 페널티가 주어지게 되는데, 페널티는 주임님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 계신 임관홍의 몸으로 살게 되는 것이에요. 


 주임도 지키고 저도 지키고 임 과장님의 육체도 지켜내려면 이제는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도와주세요.” ]


[ “하루야, 정말 미안해··· 이 모든 상황이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근데 결국은 다 내 업보인 것 같아. 


 이런 일이 생긴 이유의 시작엔 나의 잘못이 분명히 있어. 


 내가 너에게 레일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네가 죽는 일은 없었을 거고 그럼 이런 상황도 우리에게 찾아오진 않았을 거야. 미안하다.”]


 왜 채주임이 미안하다고 하는지 처음 말을 들었을 땐 몰랐지만 사실을 숨긴 사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주임님, 서로 사과하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일단 지금 회사니까 최대한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퇴근 때까지 버텨봐요. 이제는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는 걸로 합시다.”


 채주임은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 눈물 자국을 닦아 낸 뒤 일어섰고, 오늘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한 후에 임관홍의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 사무실로 내려갔다. 


 사무실로 내려갔더니 오 부장이 우리 둘을 찾았었는지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 관홍아, 채주임. 둘이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계속 찾았는데 안보이던데." 


 '아...ㅈ 됐네...'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잠시 채주임의 눈치를 살피니, 대처가 불가능한 것 같아 보였다. 


 "부장님, 제가 업무적으로 고민이 있어서 과장님께 상담 요청을 좀 드렸습니다. 

업무 시간에 자리를 비워서 죄송합니다. 어서 가서 일 시작하겠습니다." 


 오 부장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먼저 치고 들어가기 수법을 사용했다. 


 "아 그랬군요. 채주임은 먼저 현장으로 가서 일 시작해 주시고 임 과장은 잠시 나랑 대화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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