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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n 13. 2016

낯섦에 익숙해지기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대화

대화? 수다? 불평? 추억?

주말이 되면 데이트를 하면서 또는 친한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합니다. 잡다한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그리웠던 과거에 대한 회상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에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이나 사업적으로 만난 사람들 등 뭔가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닌 이상에야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는 건 서로 좀 부담스럽죠. 그러다 보니 쉬는 날이거나 울적한 날, 대화가 필요한 날에는 불편한 사람들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사에서도 점심을 먹을 때 혹은 술자리에서도 불편한 사람 옆 자리를 피하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신입사원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 관심사가 다른 사람과 둘이 있으면 엄청 불편하고 주말에도 친한 친구들이나 만나는 게 사실입니다.


공허한 대화

주말에 동네에서 친한 친구들과 만나면 옷도 대충 입고 나가도 되고, 서로 의식할 필요도 없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많이 웃기도 하고, 정말 일주일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거 같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일 만나건 정말 오랜만에 만나건 익숙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러한 대화를 하는 무리는 자주 안 보게 되었고, 술자리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평, 불만만 오가는 모임도 꺼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주 보더라도 그 대화에는 최대한 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고 저도 불평, 불만, 험담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단지 근래에 와서 이러한 대화를 하면서 뭔가 소모적이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런 대화를 최대한 하지 않으면서 또 동시에 그 모임 자체를 피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직도 이런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사실이니깐요ㅎㅎㅎ

새로운 환경

중학교/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에 가기 전에는 해마다 반이 바뀌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대학교 때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다양한 그리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대학교 때부터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전공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특정 분야에 국한된 사람들만 만나게 되었고, 같은 대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전혀 다른 전공의 사람들은 만나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회사에 입사하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집니다. 같은 전공에서도 더 심화된 분야까지 같은 사람들끼리 팀을 이뤄 일하게 되며, 또 하루의 대부분을 그 사람들과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니 일단 제가 느끼는 건 시야가 너무 좁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알고 있고 익숙한 것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어쩌다 만나는 전혀 다른 업종의 사람을 만나 몇 분만 이야기를 해봐도 제가 전혀 모르는 세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세상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몰라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고, 당장 그 세상을 모른다 해도 이익이 될 것도 없고, 손해 볼 것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 지금은 알 수 없는 뭔가를 알게 될 기회는 놓치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런 가능성, 기회 잡지 못해도 사는 데는 지장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에 상황이 많이 아쉽습니다. 매일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똑같은 대화를 해가며, 저라는 사람이 너무 편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 분야만 바라보면서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라는 심정으로 파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곳만 바라보면서 겉만 열심히 핥고 있습니다. 겉을 핥을 거라면 다양한 분야의 겉을 핥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입니다.

낯선 환경

대학교 때 전자과를 전공하면서 매일 같은 과 사람만 만나다가 밴드 생활을 하면서 전혀 다른 전공을 한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니 정말 많은 것들이 다르구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새롭고 또 재미있었다라는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밴드 생활도 오래 하면서 팀의 멤버가 고정되고, 일정한 루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마찬가지로 어느 시점에서는 일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낯선 환경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한 환경이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럼 이렇게 익숙함 속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걸까요? 무엇을 하든 결국 익숙해질 테니깐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매일매일 새롭게 데뷔하는 연예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법니다. 물론 연예인도 연예인 나름의 고충이 있으니 마냥 쉬울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직업의 특성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거에 매력을 느끼는 겁니다. 자신이 열심히 하고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 일의 특성상 자연스레 자신을 항상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게 된다는 점이 참 멋진 거 같습니다. 물론 연예인이란 직업도 어느 순간 익숙해지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된다라는 것에 익숙해진다라는 점에서 저와 같이 매일 똑같은 일에 똑같은 사람만 만나는 직업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저도 새로운 환경에 저를 내몰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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