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글 : 퇴사 4년 만에 다시 출퇴근하게 된 이유는?]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정도 되었을 무렵... 학교 선배님의 소개로 사무실 근처 스타트업 회사에서 개발 관리자로 6개월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닐 때도 제대로 팀을 리드해 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사업한다고 퇴사해서 개발자가 아닌 관리자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게다가 일주일 2회 출근에 월급은 정규직 때보다 더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사업과 스타트업 관리직 병행이 적어도 저한테는 굉장한 시너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기회가 되면 무조건 스타트업 관리자를 제 사업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7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출근을 하고 있는데 지난주 화요일에 문득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표님과 저 포함해서 총 5명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저만 남자이고, 개발자도 저 혼자인 겁니다. 디자인, 광고, 경영, 문과 계열 전공하신 여성 분들과 제가 일하고 있는 겁니다.
살아생전에 이런 성비에서 이런 전공을 가진 분들과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ㅋ 그것도 퇴사 후에 말이죠. 그렇다고 불편한 건 없습니다. 개발 회사에 다닐 때는 한 두 분 빼고 모두 개발자였기 때문에 일의 대한 압박과 난이도, 진척 등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반대로 저만 개발자이기 때문에 개발 작업 자체가의 난이도나 계획, 진척, 진행 여부 등이 대부분 제 판단과 선택에 의해서 결정이 됩니다. 이를 악용해서 일을 미루거나 할 수 있는 것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하나의 스타트업 회사가 제 생각과 상황, 판단을 기준으로 개발 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인한 살인적인 스케줄에서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정규직으로 개발 회사에 다닐 때보다 워라벨이 더 좋을 수 있는 겁니다. 비 개발자 출신인 대표님들과 협의를 하고, 상황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그러면서 개발 일정과 회사의 일정을 조율합니다. 회사와 대표님 입장에서는 개발과 관련된 일에 대한 작업 진행이 가능하고, 제 입장에서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정을 잡아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매월 고정된 수익이 생기는 건 덤입니다.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청일점이지만 청일점으로서 하고 있는 일은 회사의 핵심적인 일이기 때문에 소외되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나만 개발자라는 이유로 꼼수를 부릴 수도 없습니다.
내가 해왔던 일, 경험, 기술, 지식을 한 회사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활용해 볼 수 있고, 검증해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회사는 개발 작업을 외주로만 맡기다가 내부에서 처리하면서 시장/회사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개발/업무 진행이 가능해집니다.
내 사업(본업)을 유지하면서도 외부(부업) 일을 하며, 기술/인맥/수익을 얻을 수 있고, 회사는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회사의 핵심 서비스를 개발/운영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서로 간 윈-윈이 되는 상황을 제가 겪고 있는 겁니다. 오늘이 이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을 한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지금 큰 문제가 두 개 있습니다. 이 고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저는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나라는 외부 인력이 이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