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거나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삶], [회사에 남거나 혹은 떠나거나]와 같은 글들을 작성하면서 제가 한 가지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건 퇴사였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 할애하면서 사는 삶, 그리고 그런 삶이 앞으로도 1년, 10년 계속 지속될 거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이건 정말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회사에 입사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때 과장까지는 달지 말자라는 데드라인을 정하게 되었고 미리 회사에도 이야기를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데드라인 어느새 내년 3월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가 정확히 3일 전, 기가 막히게도 퇴사하기 좋은 타이밍이 생겼습니다.
당당히 나가기
속했던 팀이 재조직되면서 저는 다른 팀으로 가게 되면서 그 팀에서 제가 해오던 일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인수인계할 거리들이 사라졌고, 더욱이 저는 다른 팀으로 가서 다른 일을 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제가 애초에 계획했던 퇴사 시점에 영향을 받게 될 거 같았습니다. 제 퇴사 시점을 미루던가 아니면 새로 맡게 될 프로젝트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제 계획대로 퇴사를 하던가... 이 둘 중에 하나가 될 것이 분명했는데 어떤 것도 별로 내키지 않았고, 제 생각에 가장 깔끔한 건 바로 지금 퇴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나간다면 미안해야 될 사람도 없고, 마무리 지어야 될 일도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물론 새로 속하게 될 팀 분들한테는 영향이 있겠지만 제가 없어도 팀은 당연히 돌아갈 거고,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중간에 나가는 것보다는 시작 전에 나가는 것이 그분들한테도 훨씬 좋을 겁니다. 그래서 회사에 제 생각을 이야기했고, 정말 전례 없이 빠른 3일 후 퇴사라는 결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걸린 게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이 된 걸 겁니다.
말만 하지 말아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시점보다 빠른, 더욱이 결정하고 3일 뒤에 퇴사하게 된 점은 어쨌든 저를 좀 당황하게 만들기는 했습니다. 3일 뒤부터 백수? 실직자? 월급은? 등등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제가 몇 년 전부터 주변 분들한테 말한 그대로, 그리고 또 제 계획대로 깔끔하게 퇴사를 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뿌듯하고 기쁩니다. 주변 분들 대부분이 너 말만 그렇게 하고 결국은 못 나갈 거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카드값, 결혼, 그 외에 돈 드는 것들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월급을 포기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겠지요. 당연히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렇게 갑자기 회사를 나와서는 안될 겁니다. 하지만 미리미리 준비를 하면서 퇴사를 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겁니다. 그 준비들은 제가 브런치에 제가 작성한 글들의 소재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회사를 다녀야 된다는 편견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거나 할 생각들이 없는 분들은 "수입 = 월급"이라는 이 틀을 절대 벗어나지 못하시는 거 같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당연히 일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더라도 방법을 찾아보지 않거나 현실적으로 그런 방법은 실행하기 힘들다고 생각해 버리고 계속 회사를 다니고 힘들어하고 투덜 됩니다. 뭔가 관심을 가지고 방법을 찾다 보면 정말 제가 모르고 능력/의지가 부족해서 그렇지 방법은 많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어쨌든 전 대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대부분의 분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특히나 회사에 대한 통념에 반기를 들었고 지금 다시 한번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퇴사를 한 겁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전적으로 저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회사 다니는 것이 좋고 불만이 없다면 저와 같은 고민은 할 필요가 없겠지요.
직장으로 날 평가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가면 주변에서 절 이상하게 혹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위로를 하고 걱정을 해주려고 합니다. 아... 정말 누가 누굴 걱정해 주는 거지... 전 괜찮은데... 남들이 사는 데로 살지 않으면 무조건 잘못된다고 생각을 하나 봅니다. 물론 힘은 듭니다. 하지만 제 입장해서 봤을 때는 저를 그렇게 바라보시는 분들이 더 힘들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