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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Oct 19. 2021

달밤에 체조

백신을 2차까지 맞고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왔나 보다. 1차 백신을 맞고서 고열에 시달리고 몸살을 크게 앓았기 때문에 2차 백신을 맞고는 집에 오자마자 알아서 몸져누웠다. 그런데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혹시 물백신을 맞았나? 정량을 맞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아니, 그런 줄로 알았다.


거뜬하게 일어나던 새벽이 30분... 한 시간... 늦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습관이 돼서 5시면 눈이 떠졌는데, 일어났다가도 다시 쓰러지듯 잤다. 일어나는 시간은 1시간이나 늦어졌는데, 낮에도 종일 피곤했다. 백신 후유증인 듯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도 하루가 종일 피곤하다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오후 수업을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옆에서 잠깐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까무룩 낮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떠보니 아이는 내가 자거나 말거나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얼른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깨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다시 낮잠을 잤다. 그 후로 아이는 나에게 하루 종일 잠만 잔다며 놀렸다.

"15분만 누워있다가 일어날게."

"괜찮아 엄마. 한 시간은 잘 거잖아."

이렇게 낙인은 찍혔는데, 늘 피곤했기 때문에 달리 반박할 말도 없었다. 졸릴 때마다 커피를 마시니 커피 원두와 얼음을 채우기 바빴다. 그리고 아무리 몸에 커피를 들이부어도 9시, 10시만 되면 쓰러져 잤다.  


오늘 새벽은 달랐다. 그냥 눈이 떠졌다. 밖은 캄캄했고, 알람도 아직 울리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3:30분이었다. 창밖에 있던 달이 눈에 들어왔다. '달과 눈이 마주쳤다'는 말랑거리는 시적인 표현이 어울릴 만큼 눈높이에 떠있는 보름달이었다. 밝은 달빛이 방을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달을 볼 수도 있구나' 생각하다 보니 잠이 깼다. 달의 기운을 받아 피로 극복의 의지가 솟았다. 백신 후유증도 이제쯤 가라앉을 때가 됐지.


새벽 기상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정말 코로나 백신 때문일 수도 있고, 그동안 새벽을 깨우느라 지친 체력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무엇이든 하루를 버텨낼 체력을 키우는 것은 필요하다. 새벽을 깨웠으니 이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새벽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새벽이 일상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운동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 인생에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것 또한 새벽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새벽은 '달밤에 체조'가 딱 어울리는 그런 날이었다.


모든 것을 코로나 탓하게 되는 요즘.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일상이 회복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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