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쳐 가는 봄날, 경주에서
이제 내 사진을 찍어야겠다
예쁜?
아니, 꾸미지 않은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
"사진이 이야기를 건네는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도,
제 '소소한 사진+이야기' 사진들을 보며
그렇게 말씀해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늘 나직이 말을 걸어오는 공간들에 마음이 갑니다.
이러저러한 사연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만 같은,
그래서 마구마구 옛이야기들을 들려주거나,
생각거리를 슬며시 던져주는,
조용하지만, 수다스러운 풍경들을 좋아합니다.
때론 조곤조곤,
때론 왁자지껄,
때론 다다다다...
물론,
미처 말 못 할 사연들을
깊이 간직한 채
마음의 문마저 닫아건 곳도 있습니다.
어쩌면 전
사진을 찍는다기보다,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감성을
담아두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어느 작은 항구 뒷골목에서
그 길의 터줏대감인 듯 보이는 아저씨가 버럭 한마디 하더군요.
"뭘 찍는 거냐? 뭐 찍을 게 있다고!!!"
음, 이 공간이
자꾸 제게 자꾸 걸어서요,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랍니다.
피해를 드릴 일도,
오래 머물 일도 없으니,
그냥 지나가는 행인 1쯤으로
스쳐 지나가게 내비둬 주세요.
2025. 3. 30. 경주에서 찍고
2025. 5. 4. 부산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