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는 결혼한 지 5년쯤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A도 돈을 보태긴 하였으나 주로 B의 부모님, 즉 시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A도 결혼 전에는 직장에 다녔으나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입밖에 없어 돈을 모으지 못했다. 신혼집도 시댁에서 도움을 받았다.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처음 아이를 낳은 것이라 아는 것이 없어 고생이 많았다. 친정어머니도 도와주셨으나 한계가 있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보채고 울었다. 새벽에 아이가 깨어 울면 A가 일어나 달래서 재웠는데, B도 처음에는 좀 도와주다가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잘 도와주지 않았다. B는 작은 방에서 따로 자곤 하다가 그게 굳어져 사실상 각 방을 쓴 지 오래되었다.
결혼 전에는 남자다웠던 B의 성격이 매력적이었는데, 결혼을 하자 B의 성격은 고리타분하고 가부장적인 옛날 사람처럼 느껴졌다. B의 쓸데없는 오지랖 때문에 이런저런 골치 아픈 일도 많이 생겼다. 아이가 많이 어린데도 술에 만취하여 밤늦게 들어올 때도 많았다. 부부싸움이 점점 잦아지더니 결국 매일 얼굴만 보면 서로 짜증을 내며 싸우는 사이가 되었다.
결국 A와 B는 이혼을 하기로 하였다. 아이는 A가 키우기로 하고 B는 양육비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A가 이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러면 당장 집이 필요하니 절반은 아니더라도 보증금을 할 돈은 달라고 하였다. B는 A가 결혼 전에 가져온 것도 없고, 지금 있는 재산도 거의 시댁에서 해 준 것이며, B만 월급을 받아왔으니 재산분할로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였다.
동업자 둘이 함께 가게를 차려 영업을 하다가 서로 뜻이 맞지 않아 갈라서기로 하였으면 가게를 정리하여 각자의 몫을 나누어야 한다. 이때 그 가게의 가치를 산정한 후 서로 기여한 것이 얼마가 되는지를 따져서 각자의 몫을 정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다.
처음 가게를 차렸을 때 한 명이 보증금이나 인테리어비를 부담하는 대신에 다른 직업이 있어서 가게 영업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여 나머지 한 명이 사실상 영업을 전담할 수도 있다. 이때 보증금을 낸 쪽에서 상대방에게 ‘돈은 내가 다 냈으니 가게는 모두 내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돈을 다 낸 것은 사실이지만 일은 주로 다른 한쪽이 하였기 때문이다.
한쪽이 돈도 내고 영업도 하였는데, 다른 한 명은 가게에 그저 앉아만 있을 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았던 사람의 몫이 열심히 일했던 사람에 비해 적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너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다른 한 편에서는 ‘내가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것은 미안하지만, 네가 없을 때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므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억울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약간의 몫은 떼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가게를 차리자마자 갈라서는 때도 있다. 이때에는 각자 얼마나 일하였는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각자가 낸 돈이 얼마인지를 따져서 서로 돌려받으면 그만일 것이다.
부부가 결혼을 하여 함께 사는 것은 동업과 비슷하다. 이혼을 할 때에는 결국 서로 모은 재산을 나누어야 한다. 결혼을 할 때 부부의 한쪽이 주로 집과 살림을 장만하고 소득도 그 한쪽에게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주로 가사를 전담하여왔다면 가사를 전담한 쪽에도 기여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일상적인 가사뿐만 아니라 육아도 전담하였고, 아이도 여러 명이었다면 그 기여는 더 많이 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을 하여 돈을 벌어오지도 가사에 성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헤어질 때에는 얼마간 챙겨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위 사례에서 A가 B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한다면, A가 부부재산을 형성하는데 직접 현금으로 기여한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사와 육아로 기여한 것이 있으므로 B는 A에게 재산의 일정부분을 분할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다만 얼마를 분할해 주어야 하는지는 재산분할 비율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나, 분할을 전혀 해 줄 수 없다는 주장을 법원에서 인정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이혼이 되었다면 이미 써서 없어진 돈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준 돈과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돈을 계산하여 서로 주고받으면 될 것이다.
동업자 사이에 서로 갈라서기로 하면서 가게를 청산할 때 서로 합의가 된다면 합의한 대로 이행하면 그만이다. 합의서를 쓸 수도 있다. 그런데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아야 하는 쪽이 소송을 하면 된다. 돈을 주어야 하는 쪽에서도 정리를 위하여 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아쉬울 것이 없으므로 소송을 하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이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부끼리 합의가 되면 합의된 대로 이행하면 되고 합의서를 쓸 수도 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게를 청산할 때 보증금은 누가 갖고 팔아서 권리금은 누가 갖고 통장에 있는 돈을 누가 갖는다라고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는 것이 너무 복잡하면 차라리 보증금이든 권리금이든 통장에 있는 돈이든 일단 모든 자산을 합한 뒤 각자가 기여한 정도를 몇 대 몇으로 정해서 나누는 것이 편하고 공평할 것이다.
재산분할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나눌 재산의 항목이 여러 가지라 복잡하므로 우선 모든 재산을 금액으로 환산하여 부부의 전체 재산이 얼마인지 확정한 후 각자의 기여도를 산정하여 각자의 몫을 정한다. 그렇게 정해진 몫을 부동산으로 받을 수도 있고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일부를 부동산으로 받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정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부의 재산 합계가 5억 원이고 이 중 원고의 몫이 3억 원인데, 원고가 2억 원의 아파트를 가져가기로 하였다면 원고가 나머지 1억 원을 피고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드물긴 하지만 상대방의 기여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 때도 있다. 가령 상대방의 낭비벽이 너무 심하여 혼인 전에 비하여 현저하게 재산이 줄어든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판례는 ‘이혼 시의 재산분할제도는 본질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해 부양적 성격이 보충적으로 가미된 제도’라고 보고 있다.
즉, 부부의 재산을 청산해 보았더니 상대방의 몫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재산분할을 하면 이혼 후에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곤궁에 처하게 되는데 그에 비하여 다른 일방의 재산상태가 어느 정도 분할해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사후 부양의 의미로써 일정 부분 재산분할을 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공동으로 모은 재산에 대해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과정이고,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가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즉, 성격이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따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고, 하나의 소송으로 묶어서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며,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피고가 원고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 역시 상대방 배우자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이 별개의 제도라고는 하나, 판례는 한쪽의 책임으로 이혼이 되는 경우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재산분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실제 사건에서 위와 같이 나누는 것이 공평하다고 보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대부분 사해행위 취소가 필요한 사건이었다. 일반적인 경우에도 모두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서로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재산분할은 어디까지나 이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청구가 불가능하다.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사실혼이 파기된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말 그대로 ‘사실혼’이 성립된 경우에 한한다. 사실혼이 성립될 수 없는 경우에는 재산분할 청구가 불가능하다. 소위 '중혼적 사실혼', 즉 법률혼 관계인 배우자가 있는데도 ‘다른 살림’을 차렸다가 해소된 경우라면 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성끼리의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서로 부부처럼 지냈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 청구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재산분할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부처럼 생활해 왔기 때문에 서로 헤어질 때에는 청산할 필요도 있는데, 재산분할을 청구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과 판례가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
결국 서로 헤어질 때 재산분할 청구가 불가능한 사이라면 애초에 같이 생활하더라도 각자의 몫은 각자의 소유로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해결된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생긴 문제라서 현행법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혼인이 취소된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