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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택변호사 오광균 Jan 12. 2022

변호사 수임료가 300만원이라고?

선수끼리 왜 그래...

몇 달 전 변호사 수임료가 300만 원도 깨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1013370003729


기사의 핵심은 나홀로 소송이 매년 70%를 유지하고 있고, 온라인 기반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변호사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수임료 300만 원이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 지역의 경우 200만 원 대의 초저가 영업을 하는 변호사도 등장하고 있고, 수도권 외 지역에서 통용되던 변호사 최저수임료 200만 원 선이 서울에서도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한다.


저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크게 두 가지다.

1. 수임료와 착수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고,

2. 서울 외 지역 변호사를 인터뷰하지 않았다


변호사 수임료는 보통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은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사무를 착수하면서 받는 돈이고, 성공보수는 결과에 따른 성과로 지급받는 돈이다. 의뢰인이 실제로 지출해야할 '수임료'는 착수금뿐만이 아니라 성공보수도 포함되는 것이고, 사실 착수금보다는 성공보수가 훨씬 많다.


저 기사에 등장하는 '200만 원'이나 '300만 원'은 모두 수임료 중 '착수금'만을 말하는 것이다. 착수금을 200만 원으로 할지 300만 원으로 할지는 소송의 난이도에 따라서도 결정되지만,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


가령 1억 원 짜리 소송을 착수금 200만 원에 성공보수 30%로 해서 전부 승소한 것과, 착수금 500만 원에 성공보수 3%로 해서 전부 승소한 경우를 비교해보면, 전자의 경우 총 수임료는 3,200만 원이지만, 후자의 경우 800만 원이다. 즉, 착수금이 5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전체 수임료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어차피 소송에서 이기면 변호사 수임료는 상대방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정보다. 소송비용은 패소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분배하는 데, 특히 위자료와 같이 판사의 재량이 어느 정도 있는 사건의 경우 원고가 전부 승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게다가 소송비용에 산입할 수 있는 변호사 보수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데, 소송가액에 따라 일정비율로 계산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 그래서 가령 변호사 수임료로 1,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승소하였다고 하여 상대방에게 1,000만 원을 모두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돈이 없으면 그나마도 받지 못할 때도 많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볼 때, 의뢰인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변호사비의 부담은 착수금이 아니라 성공보수를 포함한 전체 수임료라고 해야한다.


착수금이 적으면 그만큼 성공보수가 많아진다. '조삼모사'가 아니라 착수금이 낮으면 성공보수는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보통은 착수금이 낮을수록 전체 수임료가 많아진다. 착수금이 낮으면 변호사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많아지는 것이므로 당연히 수임료는 높아져야 한다. 착수금이 낮아 발생하는 리스크는 패소 위험보다는 대개는 의뢰인이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위험일 때가 많다. 착수금으로는 사무실 유지도 어렵기 때문에 전부패소할 사건이면 애초에 수임하지 않을 때가 많고, 패소 위험이 많으면 착수금을 낮게 부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착수금이 500이냐 200이냐로는 전체적인 수임료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위 기사는 '서울 외 지역' 변호사를 인터뷰하지 않고 쓴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서울 지역의 변호사 수임료가 더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격은 외부적인 요인이 없다면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될 때가 많다. 서울은 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데 비하여 변호사 수는 급격히 늘어나서 가격 경쟁이 꽤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에서는 심한 경쟁과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 외 지역으로 진출하는 변호사가 많으며, 나 역시 그러한 케이스다.


서울 외 지역 변호사 착수금은 서울에 비하여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나도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서울에 살다보면 서울이 가장 비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는 착수금을 200만 원이나 그 이하로도 한다는 말을 들어보기는 하였지만, 서울 외 지역에서도 그정도로 낮추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아마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착수금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마케팅 수단일 때가 많아, 착수금이 200만 원이나 그 이하라면 성공보수는 대단히 많을 것이라서 착수금을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변호사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업계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염가로 수임만 해 놓고 사건을 방치하는 사무실이 있어서 착시효과가 있는 것일 뿐, 변호사 수임료가 대단히 낮아지지는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오르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변호사 수가 지금의 10배가 되더라도 고정 비용이 있기 때문에 수임료는 낮아질 수 없다.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지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꼭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개선만 되어도 변호사 수임료는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형사사건이 전산화 되어도 변호사 수임료는 낮아질 것이다. 90년대 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전자소송이 2010년대 수준만 되어도 변호사 수임료는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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