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공고를 잘 확인하고 지원해도, 막상 면접 때는 공고에 없던 이야기를 하는 회사가 더러 있다. 최소한의 지원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인지, 사실과는 다른 공고를 올려놓고도 태연하게 사람을 불렀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사실은 저희가 3일 일할 사람을 채용하고 있어요.” 라든가, “정규직은 아니고 알바를 구하고 있어요.” 라든가.
개인정보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면접을 보러 온 대가가 고작 황당함과 분노뿐이라니. 속으로는 펄펄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겉으로는 그저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에.” 육두문자는커녕,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는 길이 또다시 허탈하고 허무했다.
돌아 나오는 길이 또다시 허탈하고 허무했다.
면접 때 알게 된 것은 차라리 다행일까. 출근 첫날, 담당 업무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다. “정기적 지방 출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온화하진 못했다. “네에?” 한 옥타브 올라간 나의 말꼬리.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맡을 업무에 대해 묻거나 연봉 협상을 할 때도 그런 언질은 없었다. 지방 출장이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입사자가 미리 알아야 할 내용 아닌가? 연봉 협상 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기도 하고.
많은 기업들은 지원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인하기 위해 회사와 관련된 정보 공개를 꺼린다. 구직자는 약자다. 구인 공고와 면접에서는 물론, 채용이 확정되고 출근한 후에도 계약 전에 알았어야 할 업무나 그 회사에 대한 이슈가 한두 개씩은 튀어나왔다. “지방 출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나는 단 하루 만에 다시 구직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