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명의 작은 실천이 남긴 흔적
새 부서에서 처음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가 ‘노플라스틱’ 캠페인이다. 사실 환경 보호라는 주제는 늘 듣던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는 막막한 과제였다. 회의실에서 “플라스틱을 줄이자”라는 구호는 쉽게 나왔지만,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우리는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를 찾았다. 결론은 단순했다.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는 것. 그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구체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바로 카페와의 협력이었다. 세븐틴하트 페스티벌 기간에 시범적으로 두 군데 카페와 연계하여 텀블러를 가져온 사람들에게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틀 동안 참여자는 총 171명. 숫자만 보면 작은 규모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느낀 울림은 훨씬 더 컸다.
텀블러를 들고 카페를 찾은 학생들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도 오늘은 지구를 위해 작은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카페 사장님들도 예상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행사가 있으면 손님들이 더 즐거워합니다. 다음에도 함께 하고 싶어요.”
그런데 텀블러 사용에는 늘 따라붙는 불편함이 있었다. 바로 ‘세척 문제’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사용하다 보면 위생이 걱정되고, 다시 사용하는 데도 망설여졌다. 그래서 우리는 팀장님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텀블러 세척기를 시험 설치했다. 누구나 쉽게 와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세척이 되는 장치다. 45초만에 고온스팀으로 세척이 된다. 처음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가오던 학생들이, 곧 “이거 정말 편하네요!”라며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작은 불편을 해소해 주자 텀블러 사용은 자연스러워졌다.
이 캠페인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카페들은 텀블러 할인 제도를 홍보하고, 새로 생긴 카페 안에서는 다회용기를 이용해서 서비스하게 됐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서, 텀블러 세척기는 2군데나 더 설치되었다.
텀블러 세척기를 더 확산시키고, 다른 카페와 지역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며, 참여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단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171명의 경험이 1,710명, 17,100명으로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사회 혁신과 봉사의 본질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경험’이라는 사실이었다. 거창한 이론이나 숫자가 아니라, 내가 직접 참여해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커피 한 잔의 유혹, 세척기의 편리함,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 이 작은 요소들이 모여 행동을 바꿨다.
돌아보면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줄이는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참여자’로 느끼게 만드는 실험장이었고, 사회 혁신의 작은 출발점이었다.
171명의 텀블러, 두 곳의 카페, 한 대의 세척기. 이 작은 조합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변화를 만드는 건 제도나 거대한 예산이 아니라, 누구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어떤 작은 실험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까. 나 자신부터 그 답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