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출근길의 하늘은 유난히도 파랗게 맑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잔뜩 흐려 있었다. 25년 동안 내 자리였던 팀에서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퇴사가 아닌데 왜 이렇게 허전할까?”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내 일은 늘 명확했다. 홈페이지 관리, 콘텐츠 기획, 위기대응 전략… 회사의 온라인 얼굴을 관리하는 게 내 업이었다. 조회수와 댓글 수, 콘텐츠 개수, 홍보 테마 구성 등이 성과였고, 만들어낸 수많은 홈페이지들과 그 콘텐츠들이 좋게 반응을 얻으면 그게 곧 ‘성공’이었다. 이게 내 세상이자, 내 전문성이었다.
그러나 부서 이동 통보는 그 모든 것을 단숨에 흔들었다. 2024.07.01 “임 : XXXXX 로, 면 : ㅇㅇㅇㅇㅇ에서” 한 줄 써 있는 공문이 전달되던 날에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과 회의하고 있던 나는, 먼저 공문을 받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 알게 된 내용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 마치 내가 필요 없어졌다는 선고 같았다. 30년의 경력이 한순간에 ‘과거형’으로 바뀌는 기분.
마지막 날, 책상 위를 정리하다가 예전 홈페이지 홍보 자료를 하나하나 꺼냈다. SNS에서 수백만 뷰를 기록했던 영상, ‘좋아요’를 모았던 콘텐츠들… 모두 내가 쏟아부은 열정의 흔적이었다. ‘이 모든 게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니 목구멍이 뻑뻑하게 메마르며 콧등이 시큰했다.
팀원들이 “차장님, 새로운 부서에서도 잘하실 거예요. 맛집리스트 공유해 드릴께요”라고 서로서로 말했다. 그 말이 고맙기도, 억울하기도 했다. 잘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한 걸까?
퇴근 무렵, 마지막으로 대표웹 계정을 열었다. 수많은 자료 사이에 내 흔적이 살아 있었다. 내가 만든 글, 사진, 영상… 그것들이 오랜 세월 나를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이전 버전의 나’와 작별하는 느낌이었다.
그날 오후, 짐을 들고 팀을 나섰다. 복도 끝에서 돌아본 팀의 문패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던 그때의 나.
‘혹시 지금도 그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속에서 조그만 목소리가 속삭였다. 쫓겨난 게 아니라 옮겨간 것이라 생각하면, 이 변화는 또 다른 출발일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다짐했다.
“팀에서 배운 모든 것을 새로운 곳에서도 써먹어보자. 한 번 더 성장해 보자.”
그 결심이 작은 불씨처럼 내 안에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