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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ther Oct 26. 2024

호감의 시작, 처음 본 활나물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몸이 아플 만큼 생병이 나는 신랑은 갑자기 나가자고 할 때가 많다. 계획형인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무작정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를 시작하고 차 시동을 걸면서 어디 갈 거냐는 신랑의 물음에 당황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그럴 때 임실과 정읍을 끼고 있는 옥정호는 좋은 드라이브 코스다. 자주 가는 편은 아니어도 주변 풍광이 좋아 드라이브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오랫만에 들렀더니 호수 주변으로 새로운 카페가 많이 생겼고 주말 여유를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로 카페들은 주차 전쟁을 치르는 듯 보였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진 덕에 주변 정비가 많이 되어 호수 주변 산책로가 생겼다. 코로나가 완전히 끝난 시점은 아니라 사람 많은 카페보다는 걷는 것을 택했다. 아직 더운 기운이 남아 있지만 가을 햇살을 맞는 것만으로도 이미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하다.


 데크로 정비된 곳을 조금 걷고 나니 여름 기운을 받아 길로 뻗어 나온 덩굴들로 장식된 흙길이 펼쳐졌고 아이들은 이게 뭐냐며 투덜거렸지만, 탐험을 떠나는 원정대라도 된 마냥 신나서 산책길을 걸었다. 살짝 단맛에 풀 맛이 배어 나오는 까마중 열매도 까맣게 익었고 아파트 화단에서 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팥배나무도 빨간 열매가 달렸다. 나무들이 자라지 않는 호수 바로 옆 모래와 자갈이 많은 척박한 곳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해살이인지 여러해살이인지 알 수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풀들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처럼 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 중 청보랏빛 꽃을 피우고 줄무늬 고양이 마냥 털이 보송보송 귀엽게 달린 열매를 가진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모양새와 이국적인 꽃색이 외래종이 아닌가 의심하며 이름을 꼭 알고 싶어 졌다. 전문지식이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집단 지성의 마법 네이버 스마트렌즈나 다음 꽃검색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 검색결과는 "활나물" 이름이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예쁜 녀석 이름이 활나물이라니 좀 더 아기자기하거나 우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처음 본 활나물의 외모를 칭송하며 집에 와서도 검색을 이어갔다. 출처는 모르겠으나 활나물의 꽃말이 행복감이라니 나에게 큰 행복을 준 식물임은 분명하다. 식물을 검색하면 보통 생김새와 관련한 식물형태학적 설명, 분포, 효능과 관련한 정보만 계속 반복되어 나온다. 과한 애정인지 욕심인지 나는 활나물이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봉오리가 맺혀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커가는 과정이 궁금했다.


하룻동안 많은 식물들을 보았는데 이렇게 활나물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낯선 모양새와 색감이 한몫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사람의 습성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그럼 처음 본 사람에 대한 호감도 외연에서 비롯되는 것일 텐데, 마치 외모지상주의자가 된 것 마냥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어느 유튜브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시각적 자극은 금세 익숙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매력으로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호감을 쌓아 나간다고 한다.



호감을 갖는 일에 외모 조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마다 각기 호감을 갖는 외모의 기준도 획일적이진 않다. 활나물을 보고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극소수이듯 나를 보고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다만 관심을 가져주는 고마운 이들이 나를 궁금해할 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한 번 정리해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호감의 시작은 외모일지 몰라도 애정의 시작은 궁금증에 대한 적절한 응답이다. 응답에 대한 연이은 호기심이 자세히 자주 보도록 만들고 애정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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