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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도 맛집은 포기 안 해!

여의도 '진주집' 닭칼국수를 먹었다.

by 이춘노

'사람이 사는 이유는 뭘까?'


단순한 이 질문에 난 닭칼국수 사진 하나를 툭 던져 놓았다. 말도 없이 내가 이제 먹을 정갈한 음식 사진은 이 질문에 답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외 것을 논하기에, 내 인생이 아직 한참 요리 중이라서 잠시 먹는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 보았다. 역시나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인간의 철학적 질문은 뱃속에 꼬르륵 소리에 무력해짐을 알기에 난 쉽게 말한다.


"먹고살려고 우리는 살아간다."


지난 서울 방문에서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여의도 빌딩 숲에서 직장인의 점심 행렬에 밀려서 먹지 못한 닭칼국수 한 그릇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다시 도전했다. 이른바 촌놈의 오기였다. 나 같은 밀덕(밀가루 덕후)이 맛있다는 칼국수 한 그릇 못 먹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포기 대신 도전을 했다.


서울 하늘에 폭우가 쏟아진 하늘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비구름이 가득했다. 그래도 11시에는 다행스럽게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덕분에 줄이 없는 식당에 1인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역시 맛집인가?' 이미 테이블은 80%가 손님으로 가득했다. 슬슬 정오가 넘어서면 몰려오는 사람들로 금방 만석이 될 것은 예정된 상황이었다. 이런 기회도 드물기에 땀으로 흥건한 여행자는 주문 후에 묵묵히 음식을 기다렸다.

신기한 건 쇠그릇으로 된 물컵이었다. 과거에 자주 보던 그릇이라서 뜨끔한 것은 촌놈이라는 정체성이 들킨 것 때문이 아니다. 보통의 물컵과 다르게 사발도 아닌 조금 넓은 물컵에 내 모습이 비칠 만큼의 공간이 있기에 부끄러운 것뿐이었다. 땀으로 범벅인 통통한 여행자가 안경을 벗고 휴지로 얼굴을 닦았다. 거울처럼 빛나는 물 잔에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온 닭칼국수. 그리고 김치. 우선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붉은 양념이 물들지 않은 반대편에서 떠먹은 맛은 깔끔했다. 면발도 쫄깃했고, 두 개의 만두와 닭가슴살이 함께 씹히는 맛은 담백한 맛에 우연한 식감을 느끼게 했다. 역시나 사각거리는 파의 단맛은 깔끔한 국물에 다양한 변화를 주서서 만족시켰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라면 찾아와서 먹을 만하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자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혼자 먹는 밥은 너무 빠르다. 10분도 걸리지 않은 식사에 이미 옆자리 테이블까지 모두 사람들로 가득했다. '토요일 점심으로 비껴온 것도 이 정도인데, 평일은 전쟁이겠지?' 빌딩의 숲에서 맛을 찾아 떠도는 직장인의 슬픔을 다시금 느끼며 자리를 일어났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12시도 아직 오지 않은 이 시간에 비가 오면 이후 일정은 멈추게 된다. 오기로 먹었던 맛집 탐방에 만족스럽지만, 애써 기록해둔 일정을 잠시 덮어 두고, 앞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괜찮다.

비가 와서 어긋난 오후 일정이라지만, 촌놈은 쉽게 포기를 안 하니 언젠가는 다음 일정도 할 수 있겠지.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급한 마음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이니까.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면 꽤 좋은 이유가 될 것 같았다.

여의도 진주집
물그릇이 막걸리 마시기 좋은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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