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형 작가의 <마흔에 읽는 니체>를 읽고
책에 형광펜을 들고 밑줄 그었다. 마음에 드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노트에 적어 보았다. 책의 내용이 니체와 관련되었고, 나의 나이와 같은 마흔에 관한 내용이었고, 무엇보다도 흔들리는 마음을 알아주었다. 그것만으로 베스트셀러로 나온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나의 습관은 되도록 책을 깨끗하게 보는 것이다. 어차피 먼지가 쌓일 운명이라도, 손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마찰이 좋기에 땀이 묻은 지문만 허락했다. 그럼에도 철학책 종류는 예외를 인정했다. 형광펜을 들었고, 필기감이 좋은 펜으로 낙서를 시도했다. 어려운 철학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책도 그랬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사랑하라!'는 문구가 서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마흔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허무할 것 같은 내용을 정성을 들여서 읽었다. 문구를 적으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도 던졌다. 책도 그렇지만, 마흔이라는 시점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최근에 100세 어르신에게 축하 선물로 드리는 '청려장'이라는 지팡이를 받아서 전달했다. 1922년에 태어나신 어르신이다. 민원을 보는 친구에게 물으니, 104세 어르신도 계신다고 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청려장을 받으실 분이 또 있었다. 이른바 장수의 시대이다.
과거에는 40세는 손주를 볼 나이였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거나, 할아버지로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임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아직 내가 어리기 때문일까. 나의 흔적도 돌아보며, 책을 이리저리 낙서를 했다.
마흔.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인생의 중반쯤 온 것일 수 있다. 슬슬 아파서 병원 가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도 그렇지만, 내 몸이 아픈 것 이상으로 주변도 변화가 심하다. 요즘은 복직으로 인한 변화도 편찮으신 부모님 걱정도 있지만, 삶에 대한 회의감으로 몹시 괴로웠다. 책에서 나온 말처럼 '자기 삶에 던져야 할 질문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어 내려가야 할 때이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소진이나 힘듦 혹은 늙어감에 따른 부자유에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보면 좀 한심스럽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으로 고통받는 가까운 지인을 보면, 이건 올 길이 아니라고 밀쳐내고 싶다. 내가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충고해주고 싶었다. 오지랖일지도 모르겠다. 업무가 사회복지 관련이라서 개입하고 싶어서 그럴지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 마음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만 니체가 한 말이나, 작가가 풀어서 한 말이나, 모두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직을 하면서 살아가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이 순간을 살아가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을 위해서 휴직 관련 책을 써서 출간을 하고 싶어서 짬을 내서 글도 쓰고 있다. 아마도 브런치에 쓴 글만 해도 분량은 충분하겠지만, 고민하면서 내 생각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이 문장이 제일 기억 남는다.
제때에 살고, 제때에 죽어라.
이 말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고,
문뜩 내 주변에서 날 위해 애쓰는 모두에게 또 이런 말도 하고 싶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자신을 소모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인생은 니체가 말한 대로 '자기 극복'이 핵심이니까. 나도 아무리 힘들더라도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을 꿈꿔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