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가위를 문구류만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나오는 한국 문화 예능을 보면 출연자들이 식당에 가위가 있는 것에 대해서 참 신기해한다. 아마도 함께 테이블에서 요리를 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거의 코스식 요리 거나 단품 메뉴를 각자 먹던 사람들이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굽는다는 것은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인의 시선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코로나 시국에서 회식이 자취를 감추자 점점 우리도 식문화가 외국인처럼 개인 음식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기 힘든 것이 회식의 꽃인 '삼겹살'이다. 더불어 돼지갈비 같이 연기와 냄새 많이 나는 음식은 어쩐지 회식과 찰떡궁합이다.
하지만 회식은 모두에게 즐거운 것은 아니다. 역시나 먹기만 하는 단순한 작업만 존재하지 않는다. 회식 장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를테면 그 테이블이 주류파인지? 팀끼리 앉는 것인지? 혹은 내가 그 테이블에 앉으면 편하게 있을 수 있는지 말이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다 편한 사람은 아니다. 직원들 사이에도 친함에 정도는 조금씩 다르니까. 기왕 먹는 거라면 편하게 먹고 싶다.
그런데 이런 삼겹살을 먹을 때는 더 고민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과연 내가 가위를 들게 되는가? 편하게 먹기만 하는가?
물론 요즘 문화에서는 흔히 말하는 막내만 고기를 굽는 시절은 지났다. 아마도 요즘 테이블 눈치라는 것은 적당한 타이밍에 교대로 가위를 집어서 자르고 챙기는 것이다.
한 테이블에 보통 4명이 앉는다. 그럼 처음에는 누군가 굽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교대를 하면서 먹는 게 암묵적 룰이다.
상대가 고기 굽기에 진심이 아니라면, 어설프게 자른 고기와 살짝 탄 고기 상태를 만든다는 핑계로 어느 누군가에게 가위를 맡기고 있지는 않던가?
요즘은 팀장도 고기를 잘 굽는다. 고기 굽기도 경력이라면 상사들이 더 잘 구워 주신다. 그럴 때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지.
설령 이번 불판이 망했어도, 인생과는 다르게 다음 판이 있지 않던가. 앞으로 회식은 이어질 것이고, 쌓여갈 불판은 많다. 자신이 없더라도 동료를 위해서 가위를 집어 들어보는 것이 맛있는 회식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