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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세요?"는 오늘 먹는다

코로나가 풀리자 친구를 만나다. 천안 <백미한우>

by 이춘노

"우리 언제 밥 먹어야지?"


코로나 이전에는 기약 없는 일정이 생길지 정말 몰랐다. 3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단순히 세 명이 모이는 것이 참 어려웠다. 1년에 3번은 봤던 것이 3년간 1번 보기도 어렵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차곡차곡 쌓이던 회비가 넘쳐났다. 그렇게 기약 없는 역병으로 모임 회비도 당분간 중단했다. 과한 것 같은 회비에 돈도 일정 수준으로 놔두고는 그냥 나누었다. 그리고 어린이날 통장이 살아있는지 통장정리를 해보고는 나눈 돈과 이자 프린트를 하면서 사용가능함을 확인하고는 6일 천안으로 향했다.


비가 내리는 하루에는 택시가 참 유용하다. 서울에서 오는 친구와 남원에서 올라오는 친구와 만나서 이름과 주소만 아는 <백미한우> 식당을 기사님에게 말했다. 역시 기사님도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갔다. 그래서 안 돌아도 되는 골목길을 돌았다는 사실에 살짝 기사님도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내비게이션에 살짝 짜증을 냈다. 그리고는 천안에 사는 친구가 도착했다.


일단 우리 모임의 철칙은 잘 먹자였다. 입구에 고기를 구매하고는 2층 식당으로 들아가는 구조인데, 일반 정육점 식당보다는 젊은 느낌이었다. 특수 부위를 그리고 젤 좋아하는 살치살과 각종 팩을 들고 2층에 가서 숯불에 먹어본 놈이 고기를 굽는다. 서민 음식은 아닌 이른바 한우이다. 회비로 먹기에 가능한 씀씀이로 고기를 굽고 또 구워서 먹고, 다시금 잔을 들었다.

코로나 시국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휴직을 했었고, 친구도 재취업을 했고, 바라던 쌍둥이 아이가 태어나서 곧 돌을 바라본다. 그 긴 시간 동안을 참았던 이야기에 고기를 먹은 만큼 술이 들어가야 는데, 이제는 술보단 고기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이 조금 실감이 났다.

그렇게 공깃밥은 안 먹고, 특수 부위 고기를 한 팩 더 먹고는 마무리하려는 찰나에 한 친구가 한우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방점은 면으로 끝냈다.


하긴, 술과 고기 후에 국물이 없으면 좀 허전하다. 그래서 배부르게 먹고는 커피를 마시려는데, 택시에 폰을 두고 와서 약 1시간을 기다렸다가 간신히 찾았다. 일정에 없는 일이었지만, 경찰 지구대에서 셋이 앉아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 신선했다.

모두 의경 출신이었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시간이 흘렸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꼈다. 이를테면 의경이 없어졌다는 것과 2002년에 분실한 총기가 얼마 전에 발견되었다는 것까지. 20년은 이어온 인연이라서 이야기는 참 오래 이어졌다.

우리를 만나고 아이들 봐야 하는 친구를 위해서 간단한(?) 해물탕에 소주 한 병 비웠다. 그리고 곧 돌잔치에 보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아마 평소에 이렇게 먹었으면,

"돼지세요?" 하고는 놀렸을 것 같은데, 어쩐지 안주도 좋았고 배도 부르지만 그것만 꽉 찬 느낌은 아니었다. 살짝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은 단순히 술기운이었을까? 기분 좋은 아저씨는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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