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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r 16. 2023

지리산 반달곰 삼 형제가 모였다

남원 <꼬치의 품격>에서 곰들이 먹은 것

  별명은 살면서 한 두 개는 가지고 있다. 주로 외모와 이름으로 별명이 생기는데, 난 이름으로는 '추노'가 있었고, 외모로는 사람 아닌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보노보노', '라이언', '푸우' 등 따지고 보면 모두 둥글둥글 한 외모에서 오는 곰돌이과 별명이 대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곰돌이는 '푸우' 뿐이었다.)

  그런데 개인이 아니라, 단체로 별명이 붙은 적이 있다. 2018년 지리산에 근무지로 옮기면서였는데, 그곳에 덩치 비슷한 둥글둥글 한 남자 셋을 '곰돌이 삼 형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이도 30대에 총각에 외모도 쓴 안경까지 둥글었기에 관심이 없으면 이름을 착각할 정도였으니, 셋 모두 나름 그 별명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자연재해와 각종 복잡한 민원에도 함께 했던 동지들이 지리산에서 하산하고 모처럼 자리를 마련했다. 

  모임을 주선한 것은 한껏 몸집이 어난 막내 곰이었다. 초임지가 지리산이었기에 출근길부터 목숨을 걸고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녔던 듬직한 막내. 내가 휴직 중에도 안부를 살뜰하게 챙겼던 섬세한 막내 곰은 어쩐지 지리산에서보다 몸이 불어서 걱정되는 와중에 소맥을 말고 있는 모습에서는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둘째 곰도 지리산 근무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고, 이제는 가장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는 사는 아빠곰이 되어있었다.


  인연.


  간혹 인연이 무엇으로 이어지는가에 생각을 하다 보면, 이런 자리에서 결론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바로 '지난 추억' 아닐까?


  결코 편하지는 않았던 시간이었다. 근무지도 업무의 강도나 여러 가지로 나름의 개인의 사정이었으나, 시간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 함께 한 것 같다. 아마 시간을 이어주는 추억이 이음새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처럼 곰돌이 삼 형제가 우걱우걱 고기와 술을 마셨다.

  소중한 인연들과 여러 잔의 소맥을 말아서 마시고 마무리는 라면으로 끝냈다.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뤘다. 비록 우리의 추억이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함께하면서 안주거리 대화가 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그건 잊지 않고 큰 곰을 찾아준 두 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 아닐지. 큰 곰의 어느 하루를 몽롱하지만, 한껏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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