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맛집 인사동 항아리 수제비

춘아재의 맛있는 겨울 이야기의 마지막 맛집

by 이춘노
인사동 항아리 수제비는 골목에 있다. 두어번은 더 들어간다

'어. 춘아재의 맛있는 겨울 이야기가 30편이 되어가네?'

연재의 글이 꽉 차는 순간이 올지 몰라서 2024년부터 써오던 브런치북이었다. 어찌 보면 겨울의 맛을 느낀 것 자체가 부산이 아니었던가? 길거리 어묵을 먹고 찍은 것이 이 브런치북의 시작이었다. 벌써 20개가 넘는 브런치북과 매거진이 있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 같았던 이야기의 주제에 완결이 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도 겨울은 또 왔고, 다시금 봄이 오고 있다. 이대로 2026년 연말까지 미루기 싫었던 춘아재는 결국 금요일 밤에 기차를 타고 올랐다. 겨울이기에 가능한 카메라 가방 하나만 들고 원룸에 차를 두고, 오로지 버스와 도보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은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이고, 그렇다면 내가 인상적으로 먹었던 <인사동 항아리 수제비>를 30편째 글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사실은 지난 1월에 서울에 가서 시도하려고 했던 일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로 설 명절 이후로 봄맞이 직전에 올라가는 중이었다.

밤늦게 전철을 타고, 4XL 옷을 받아 들고는 노량진 어느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명절과 몰려든 일에 한 주가 피곤했지만, 다음 일정을 생각해 보니 쉽게 잠이 들지 않아 음악을 들으며 슬며시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종각역에서 서점투어와 인사동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나에게 인사동은 어린 시절 사촌 누나가 구경시켜 주던 엽전 파는 거리로 기억한다. 노량진도 수험생들로 우중충한 느낌을 같이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가장 편한 장소가 되어 버렸다. 물론 홍대나 명동도 외국인이나 사람들이 많지만, 이곳은 도톰한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어색함이 없다. 아마도 인사동과 북촌과 경복궁 등 관광지가 갖는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카메라는 유난스러운 장비는 아니기 때문 일 것이다. 그래서 골목골목도 인파 속에서도 카메라를 꺼내 놓고는 이곳저곳을 찍을 수 있다. 물론 먹거리 부분에서는 인사동이 한식 위주라서 한계가 있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가 있기에 나름 골목을 찾아 들어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명한 식당은 간판이 허름하다. 그리고 의외로 규칙이 까다롭다. 대로에서 골목으로 찾아 들어간 인사동 수제비는 간판과 간판을 찾아가면 쉽게 입구에 도착한다. 다만 오픈 시간은 11시 30분이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통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빡빡한 시작시간이지만, 유명한 곳은 바쁜 시기에 1인 식사가 눈치가 보여서 나는 흔한 말로 문 열자마자 들어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공복의 상태에서 오롯이 그 맛을 즐길 수 있기도 하고, 30분만 더 지나도 꽉 차는 테이블에서 나는 남는 자리를 순간 채우는 잉여 같은 손님이기에 1인 식사도 식당 주인 입장에서 너그럽게 봐주신다. 그래서 오늘도 난 오픈런이다.


인사동 수제비는 골목을 들어가는 와중에도 신비롭지만, 대문과 실내 장식도 따뜻한 감성이 나온다. 모든 식기가 항아리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좁은 것 같으면서도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식당 전체적 인테리어가 나무톤이라서 사진을 찍어도 전반적으로 따뜻한 감성이 나온다. 비싼 카메라로 어설프게 찍으면 좀 붉게 나오는 것도 조명도 주황빛이 강해서 그럴지 모르겠으나, 핸드폰은 자동 보정된 시선으로 지금의 톤이 나오는 것이지 실제로 들어간 공간은 아늑한 주막 같은 분위기다.

혼자라도 일단은 두 개의 메뉴를 주문했다. 하나는 일반 수제비와 해물파전이었다. 1인분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기도 하고, 파전의 맛이 좋았던 기억이라서 주문했는데, 옆에 테이블에 연인이 파전 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보니 혼자 먹보가 된 것 같아 좀 민망하긴 했으나 바로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러 음식 감상하는 것 같이 보이기 위해 불필요한 사진을 더 찍었다는 것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일단 수제비는 기본 멸치 육수 맛이 난다. 특유의 항아리 모양이 양이 적어 보기인 해도, 국자로 떠먹다 보면 가라앉은 자리에 얇은 피의 수제비가 제법 나온다. 게다가 특이하게 수제비에 굴이 있다. 그리고 얇게 썰어 넣은 감자와 당근과 호박 등을 보면 확실히 이것이 감자 수제비라는 생각은 들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이라는 점에선 시골 장터 수제비와 결이 비슷했다. 물론 들어간 재료와 용기가 특이해도 내가 받은 느낌은 쫀득한 시골 장터 수제비였다. 과거에 먹었던 얼큰 수제비는 앉은자리에서 살포시 땀이 나는 매운맛이었고, 재료는 같을 것이다.

보통 수제비 전문점에서는 전을 함께 파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함께 먹기에 궁합이 좋은 것도 있고, 같이 먹기에 양이 적당한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이곳의 해물파전은 바삭한 튀김 피자 같다. 나는 보통 나오면 주변 부분을 먼저 먹는데, 먹기 좋게 잘라서 나오기도 하지만, 꼭 튀김을 먹는 기분으로 테두리를 먹었다. 그리고 중앙에 갈수록 내용물이 있었기에 조심히 덜어진 오징어나 내용물을 챙겨 먹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명 이상이 온다면 파전은 하나 시켜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거기에 동동주 한 잔을 각자 따라서 마신다면 금상첨화겠지. 11시 30분 오픈런 식사에서 음식이 나오고, 사진을 찍고, 다 먹을 순간까지 25분 밖에 안 걸렸다. 내가 빨리 먹는 습관이 있어서 후딱 먹기도 하지만,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르다. 동동주라도 한 잔 마시면서 담소라도 나누지 않으면 정말로 점만 찍고 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그리고 나가는 순간에 이미 테이블은 차기 시작했던 것을 보면, 12시 이후에는 좀 기다리는 것도 감수해야 할 것 같은 식당이다. 춘아재처럼 오픈런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면, 다른 대안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배가 부르니 슬슬 걷기가 힘이 났다. 근처 구경할 것을 여기저기 보면서 전에 오르골을 샀던 기억이 났다. 특이한 장식이기도 하고, 음악도 박효신의 <눈의 꽃>이라서 샀었고, 사주도 보기도 했고, 지금 쓰고 있는 고양이 물 받침도 샀었다. 그렇게 다시 오기는 힘들 것 같았는데, 어찌어찌 겨울 이야기의 마지막을 위해서 인사동에 왔다. 확실히 인사동은 소소하게 볼 것이 많아서 혼자와도 여럿이 와도 좋은 곳이다. 물론 춘아재는 수제비를 위해서 먼 길을 찾아 올라왔지만, 이런 번외의 감성은 깔끔한 후식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춘아재의 맛있는 겨울 이야기도 30편을 끝으로 마무리 한다. 아마도 그렇기에 더 기분이 좋을지 모르겠다. 나름 애정이 있는 브런치북이라서 욕심을 내서 서울까지 왔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해서 결심도 했다. 개인적인 상황도 그렇지만, 글에 대한 방향도 고민이 많았으니까. 이제는 다음에서 지원도 안 되는 브런치가 글쓰기 장소로 알맞은 것일지? 나는 어떤 이야기 주제로 독자들 앞에 나와야 할지? 그에 앞서 나는 과연 글을 더 쓸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다가 결심했다.


'더 많이 쓰자.'

'더 멀리 가서 많이 먹자.'

'그러다 보면 후식 같은 나의 일상도 챙기면서 삶도 너그러워지겠지.'


춘아재는 앞으로 좀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어 볼 생각이다. 그래서 글도 쓰고, 여행도 하고, 작가님들과 소통도 하고, 식당 주변에 새로운 것을 찾아보면서 후식 일상도 챙겨 볼 생각이다. 그러자면 말이다. 부탁이 있다. 오늘 이후로도 꼭 함께 해주시길 말이다. 꼭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