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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Apr 11. 2019

#18. 70살에는 하모니카를 불고 싶어요

 내가 지금보다 느리게 걷게 될 때, 지금보다 적은 양의 음식을 먹어야 할 때, 지금보다 덜 조급할 때,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깊어졌을 때, 사랑을 재촉하지 않을 때, 당신에게 덜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을 때, 사소한 것들로 믿음을 흔들지 않을 때 하모니카를 배우고 싶어요. 하모니카는 내뱉고 들이마시는 걸로 음을 만들어 낸다고 해요. 평생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살았는데 그것쯤이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이 듦이 곧 깨달음을 의미하지는 않겠지요. 무뎌짐을 의미하지도 않을 겁니다. 다만, 그때쯤에는 이해되지 않아도 인정하는 버릇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나른한 오후. 볕이 내리쬐고, 골목마다 고양이들 잠시 털 고르고 있을 때. 작은 갈색 케이스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그동안의 일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해맑게 하모니카를 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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