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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May 30. 2019

#25. 오늘은 저녁으로 간짜장을 시켜 먹으려 한다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습관처럼 집 근처 3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브런치에 새 글을 연재하는 나는 보통 일요일에 초고를 쓴 뒤 평일에 퇴고를 한다. 오늘은 늦어버렸다. 점심을 먹고 까무룩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오후 7시였다. 침대에 누워 꼭 매주 목요일마다 연재해야 하는가, 한 번 정도는 슬쩍 새 글을 올리지 않고 넘어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목요일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시위를 한다거나 갑자기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글을 내놓으라 소리를 지른다거나, 배가 불렀다며 내 부모님 안부를 묻는 욕설 가득한 악성 댓글을 쓸 일도 없지 않은가.


 어디론가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일요일 저녁을 모두가 비슷한 감정으로 보내지 않을까. 지나친 금요일 저녁 퇴근길을 떠올리거나, 헛되이 보낸 토요일 하루를 아쉬워하거나, 이번 주말은 집 밖으로 나가 보내리라 마음을 먹었으나 현실은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거나 말이다.

 월요일을 앞에 둔 나는 중학교 시절 선생님의 매질을 기다리는 아이가 된다. 친구들이 한 명씩 선생님의 두꺼운 매에 엉덩이를 맞고는 비켜나고 조금씩 내 차례가 다가오는……. 기다리는 순간에는 세상에 이보다 더 중대한 일이 있을까 하던 일이 막상 맞고 나면 별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몇 시간 뒤의 나는 별일 없이 회사에 출근하여 사람들과 주말 잘 보냈냐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쌓여있는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니었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순간을 지났기 때문이다. 와중에 있는 사람은 쉽게 어떻다 말하기 어렵다. 지나면 별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던 일이 나중에 더 큰일이 되기도 하고, 큰일이 될 거라 생각했던 일이 사소한 일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일이 별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건 나중의 일이다. 일요일은 아직 지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매질을 기다리는 아이의 기분이니까. 오늘은 저녁으로 간짜장을 시켜 먹으려 한다. 월요일의 내가 일요일의 나를 돌아보며 피식 웃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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