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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Jan 27. 2024

아들은 중2

매너를 가르치다.


아침 일찍 아들과 함께 미용실에 가서 볼륨 매직 파마를 했다. 아들은 파마가 왜 이리 오래 걸리냐며 지루해했다.

'니가 한다고 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겪어보니 어떠냐?'

며칠 전부터 거울을 보며 매직 파마를 하겠다고 했다. 그 짧은 머리에 멋을 부리고 얼굴에 난 작은 트러블하나까지 신경 쓰는 아들이 마냥 귀엽다.


미용실에서 나와서 아들은 짬뽕과 파스타 중에 뭘 먹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늘 먹을 것에 진심이다. 우리는 파스타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는 화덕 피자를 시키고 아들은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아들은 자기 속도로 충실하게 다 먹고나서 바로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다급하게 사정했다. 아들은 그때서야 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후식 커피가 나왔을 땐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앞에 아무도 없이 커피를 마시는데 순간

'남편 밖에 없구나!'

큰 깨달음이 왔다. 집에 가서 말해주면 좋아하겠지.

무안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들이 다시 들어왔다.'삭히고 왔는감?'

차에 타서 아들에게 매너란 무엇인가? 짧은 강의를 해줬다.


"매너라는 게 있어. 그건 말이야. 상대방이 앞에 있을 때는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거든."


"알았다고~"


어? 듣네. 본인도 뭔가 불안 했는가? 엄마가 오늘은 안 삐치네?

'짜식 귀여워. 너의 질풍노도를 응원해. 엄마도 너와 잘 싸워볼게'


사춘기는 잘 싸우는 거랍니다.

화내지 않고 싸움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죠.

첫째를 지내보니 할만합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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