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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Feb 03. 2024

왜 엄마만 보면 짜증이 날까

좋은 샌드백이 되자.

방학이 되니 우리 사춘기 친구들과 자주 부딪힌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콕콕 박힌다.


'왜! 나 말하지 말까?'


하긴 나도 그랬으니. 할~말이~없네.

하다 하다 참다 참다 오늘은 좀 터져서 나도 할 말 좀 했다. 휴. 시원은 하다.


아이들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받았다는 증거라고 여러 학자들이 이야기한다. 이때 엄마들이 좋은 샌드백이 되어주라고 말한다. 아이가 공격할 때 엄마의 괴로워하는 모습은 아이들을 죄책감에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엄마가 잘 바쳐줄 수만 있다면 아이들은 엄마를 좋은 스파링 상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처음 배우는 감정들이니 경험하면서 배워야 하는데 그 좋은 상대가 엄마라니!

예나 지금이나 엄마라는 존재는 아낌없이 바치네… 띠로리…


먼저 엄마는 이제 아이의 유년기와 잘 이별해야 한다. 사랑스럽던 그 모습. 엄마 없이는 안되었던 아이. 내 손을 다 거쳐야 했던 시간.


이제 우린 매일 애도하며 살아야 한다.


안다. 알아…! 이론은 쉬운 듯하다. 말하는 것도.

나는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엄마들에게 말하면서도 "저도 잘 안돼요" 한다. 사춘기는 어느 땐 접근 불가다. 내가 겪어내야 할 현실이 보통 문제냐.


답은 그냥 겪어야 해요!


언젠가 사춘기를 불에 비유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불은 가까이하면 데이고, 너무 멀리하면 춥다. 어찌 사춘기 친구들 뿐이겠는가. 우리의 대인 관계를 말해주는 비유 같기도 하다. 우리에게 통과 의례로 다가오는 이 사춘기를 통해 자녀와의 적절한 거리를 배운다. 그래서 더 친밀해진다는 것이다.


나의 사춘기는 조용했다. 발 뻗을 곳이 있어야 전문용어로? 지랄병도 치르고 간다. 나는 지랄을 못했다.


융은 40대의 나이를 의미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사춘기를 뇌가 리모델링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40대는 내면이 리모델링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마흔 사춘기라는 말이 나왔다. 나의 마흔 사춘기는 내면의 격동기였다. 주체할 수 없는데 샌드백이 없다. 덕분에 그 에너지를 공부하는데 바쳤다.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감정은 별로 돌봐주지 않아서 현재는 천천히 음미하며 가기로 했다.


엄마~ 엄마~ 부르던 사랑스러운 아들 딸들의 눈빛이 변하고 단답형 대화가 오고 갈 때의 그 서늘함이란.

그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우린 단단해져 있겠지. 그럼 그땐 서로에게 좋은 샌드백이 되겠지.


그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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