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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Mar 15. 2024

할머니들은 예뻐

80대 할머니 집사님들과 일주일에 한 번 속회 예배를 드린다. (속회는 감리교단에서 사용하는 소그룹 예배의 이름이고 다른 교단에서는 구역 예배, 셀 예배라고도 한다.)  주일 말씀 요약본을 읽고 어떤 은혜가 있었는지 나누는 시간을 갖고 함께 기도제목을 나눈다.


"00 집사님은 오늘 어떠셨어요?"

"나도 목사님 말씀과 같아요."

"… "


"기도제목 알려주세요"

"맨날 똑같쥬. 다리 좀 안 아프면 살겠슈"

"나는 허리가 계속 아파유"

"계속 어지러워유"


우리는 매번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을 듣는다. 마음 같아선 은혜를 받은 부분을 더 나누고 싶고, 기도제목도 더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귀가 잘 들리시지 않는 할머니들과 내가 욕심이 과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큰 소리로 본문을 읽어드리고 기도 제목을 모아서 대표로 기도하고 마친다. 예배 후에 모시고 차량 운행을 한다. 어떤 분은 차에서 내릴 때 허리가 아파 부축하지 않고는 일어나기 힘든 할머니도 계시고, 성경 가방도 들 수 없이 허리가 굽고 다리가 아픈 할머니도 계시다. 모두 모셔다 드리고 집에 와서 '휴~' 한숨을 돌린다.


코로나 이후로 속회예배를 다시 시작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이는' 것에 올 한 해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점점 나이 드시는 할머니들에게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천국소망'을 갖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성경 몇 장 읽으셨어요?"

"사모님이 하루에 한 장이라도 읽으라고 해서 7장 이유"

"난 10장은 읽었슈"


할머니들이 성경 읽기에 점점 경쟁이 붙기 시작한다. 그것만으로 감사하다. 그래도 한 장이라도 읽는 그 말씀이 내 영혼의 양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몸은 아프지만 마음만은 청춘이다. 언제나 우리의 든든한 지지자이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다. 인생의 풍파를 헤쳐 나온 것만으로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나는 교회에 오는 할머니들이 유독 좋았다. 그래서 오시면 방석도 깔아드리고 부축도 하고 반찬도 갖다 드리고, 특히 엄마가 부침개 배달을 시킬 때 주로 내가 다니곤 했다. 아빠가 다른 교회로 이임하실 때 할머니들이 '둘째 딸 보고 싶어서 어쩐데요' 하셨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에 난다. 나는 그렇게 할머니들이 좋았다.

할머니들만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 민담에서 나오는 할머니 원형에는 주로 도와주는 역할로 나오곤 한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혼나면 할머니를 찾기도 하듯이 할머니를 떠올리면 마냥 품어주고,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할머니들에겐 그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예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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