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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Mar 08. 2024

뱀이 이길까 지네가 이길까

권사님들과 식사하러 가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봄 될라니께 무서워 죽겠슈"

"왜요? 농작물 씨 뿌려야 해서요?"

"아니유~ 이제 지네 나오잖아유"

"맞아요. 저희도 이제 슬슬 약 뿌려야겠어요"

"약 그거 냄새 나서 안 뿌려가지고 이놈들 또 잡아야 할 생각에 골치 아파 죽겠슈."


벌써 생태계는 봄을 알아채서 제일 먼저 콩벌레가 집안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권사님은,


"이~ 나는 지네는 잡겠는디 뱀 나와서 죽겄어~"

"저도요! 저는 지네 잘 잡는데 뱀은 보기만 해도 몸이 얼어붙어요!"

"나는 뱀 나오면 하여튼 다 밟아 직이니께"

"헉 너무 무서워요!"

ㅎㅎㅎ


봉고차 안에서 유일한 남자인 남편은 이 대화를 들으며 피식피식 웃는다. 나도 이제 이런 이야기에 할 말이 많아진 시골 아줌마가 되고 있었다. 뱀, 지네 이거 이거 모두 어마무시하게 무서운 것들인데 다행히 나는 지네는 잘 잡는다. 대신 뱀과 쥐는 정말 너무 아주 많이 진짜 싫다. 어릴 때부터 지네와 쥐와 함께 동거동락한 세월에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 


봉고차 안에서 퍼지는 뱀과 지네 이야기에 어느 여자 권사님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겠나 웃음이 났다. 지네는 우리의 일상 이야기다. 새벽에 안 나오신 권사님이 계시면 종종 '지네 물렸슈' 소식을 듣곤 한다. 이곳은 바다를 덮어서 만든 지역이라고 들었다. 우리 교회까지 바다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네가 많다고 들었다. 밤 꽃이 필 즈음에 지네가 왕성하게 나오는 시기여서 밤 꽃이 피면 집 둘레에 하얀 가루로 된 지네 약을 뿌려야 한다. 지금은 귀여운? 아기 지네들이 나오는 시기다. 


요즘엔 나를 이곳에 보내신 하나님의 계획에 점점 수긍해 가는 중이다.

'그래, 함께 살아가자'.

그리곤 속에서 울리는 말이 있다.

'딸아 일어나서 나와 함께 가자.'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

                                              아가서 2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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