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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Mar 11. 2024

첫사랑이 기숙사에 가다

첫째가 기숙사에 들어갔다. 기숙사에 짐을 넣어주고 정리함을 사 와서 다시 사물함을 정리해 주었다. 그렇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에 아이는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기숙사 설명회 자리에 갔는데 옆방 친구가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가자고 해서 아이는 내 옆에 있다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일어나는 아이에게 재빨리 인사했다.


"잘 지내"

"어? 어~"


아이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친구들에게 가는 아이에게 인사하는 순간 설마 했던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기숙사 설명회 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데 눈물이 나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제 아이는 이곳에서 3년을 생활해야 하는구나. 내 품을 떠나는구나. 그래야 하는구나.


아이는 잘 지낼 텐데 품 안에 있던 아이가 내 품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빨리 떨어뜨려 놓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이를 위한 일이지만 나는 딸아이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원치 않는 이별이었다. 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뿐이지 실상은 여리디 여린 엄마였다.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첫 정이라 각별했다. 내게는 엄마를 보내고 얻은 딸이라 아이에게 마음을 쏟으며 하루하루를 견뎠고 정성을 다했다. 아이가 예민해서 모든 초점이 아이에게 가 있었다. 태어나서 6개월 간 배 위에 올려놓고 재웠다. 자다가도 몇 번씩 깨서 아이 얼굴을 쳐다봤다. 아이의 존재가 신기하고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노심초사 그렇게 아이 중심으로 살았다. 이제 집에 가면 아이가 없겠지. 생각만 했던 순간이 막상 오니 눈물이 났다.


입시 설명회와 기숙사 운영 설명회까지 두 시간이나 진행되었다. 나는 두 시간 내내 눈물을 흘렸다. 무슨 마음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말로만 듣던 남의 일이 나의 일이 되었다. 아무도 안 우는데 아이코… 주책맞게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과자를 먹으면 좀 낫겠지 한입 베어 물어도 눈물이 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눈물이 나고, 늦은 밤까지 눈물이 나서 사진첩을 뒤져보고 또 울고 아, 진짜 왜 이러는 거야. 눈물이 안 멈춰!





내 첫사랑이 기숙사에 들어갔다. 너는 기숙사에서 엄마아빠는 집에서.. 우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너를 보내며 이제부터 서로가 이 생활을 적응해야 하겠지. 분리는 현실이 되고 분리불안은 내게 있었다. 나는 아이와 붙어 있는 걸 좋아했구나. 겪어보니 내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보인다. 상담사라고 누가 분리 불안 극복이 쉽겠나. 진솔한 감정을 통과할 뿐이다. 그 밤, 눈물의 수도꼭지가 잠기지 않아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제 각자 자리에서 잘 살아내자.' 내게 하는 말이었다. 엄마란 이런 존재구나. 나의 엄마가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내가 극복해야 할 나의 성장통이었다.



딸! 사랑한다. 잘 지내… 엄마는 널 응원하고 기도하고 있을게. 나만 잘 하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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