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남편과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들의 이야기를 더 자주 한다.
"내가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 줄 알았어. 한꺼번에 터져서 그래~"
나는 결혼 전부터 엄마가 없었으니까.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엄마나 시어머니께 하는데 나는 없었으니까. '이 마음이 뭐지? 너무 꽉 차서 한꺼번에 터진 거지.' 아이를 위해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의 걱정이 덜어질 텐데 혼자 이고 지고 있다가 아이를 처음 떨어뜨려 놓으니 '괜찮은 걸까' 감당할 수가 없었던 거였다. 남편과 마음을 나누는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엄마의 마음이란 게 있다. 남편도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우리 엄마도 당신처럼 그랬겠다'라고 한다. 그래... 이제 엄마들의 마음이 헤아려지는데... 아~엄마들이 있어야 그때 어땠는지 물어보지!
어른이 되었어도 엄마 쿠션이 필요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조잘대던 딸이었다. '입에 오토바이가 달렸나 천천히 말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에게 조잘대던 엄마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말을 빨리 텄던 것 같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는 두 아이가 집에만 오면 서로 이야기하겠다고 경쟁하며 말을 했다. 집에서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나의 수다는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도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
엄마에겐 6명의 자매들이 있다. 그중에 엄마와 가장 닮은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는 부산에 사는데 아이가 기숙사에 가서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했노라고 했다.
"왜 안 그렇겠나~ 엄마 생각난다 아이가~ 아이고 어쩔 끼가~ 잘 지낼끼다 마~"
이 말이 듣고 싶었나 보다. 이모가 해준 말이 위안이 된다. 그리고 안심이 된다.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게도 엄마 쿠션이 필요하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엄마 생각은 더 진해진다. 그만큼 엄마 마음이 헤어려져서 일까. 남편은 내가 아이를 기숙사에 보내고 밤새 울던 날 '왜 울지' 하는 눈빛이었다. 중2 아들도 같은 눈빛이었다. '아 난 딸아이와 정서적으로 소통했었구나. 이제 난 누구랑 소통하지?' 하는 마음이었나 보다. 남편과 지난주의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남편의 감정은 뒤늦게 밀려온다는 것이었다. 딸아이의 방을 보면서 허전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없을 때 자주 들여다 본다고 했다. 음.. 조금 늦을 뿐이지 안 그런 건 아니었구나. 남편이 말한다. '이제 남편이 최고야' 나는 피식 코웃음을 쳤지만 이것이 나의 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이제 서로에게 쿠션이 되어주자. 아이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 수 있게 하자. 그리고 잠깐 쉬러 올 때 따뜻하게 품어주자.
그래서... 남편이 새 옷을 사줬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 남편이 최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