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보다 주의사항을 먼저 쓰게 된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환우이거나 환우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긍정은 좋은 것이지만 증상이 위중한 환우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괜찮다'라는 위로의 말조차 거슬리고 힘든 시기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이때는 불안도 불안이지만 우울감과 무기력이 자신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어떤 긍정의 말도 와닿지 않고 튕겨 나가고 심지어 고통을 주기도 한다.
이번 글은 그 힘든 시기에 긍정확언의 유의점과방법이다.
너무 힘들었을 무렵 명상 다음으로 내가 했던 것은 긍정확언이었다. 이것에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여기저기 넘쳐난다는것을 아실 것이다.
나는 끌어당김이나 심상화 기술 같은 여러 가지를 접했는데 어쨌거나 이것들은 실체가 없음으로 약간의 의심을 부르기 쉬운 소재들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나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도해 보기로 했었다.
처음 시도 했던 것은 흔히들 많이 하는 끌어당김의 긍정적인 문장을 만들어 쓰거나 되뇌는 것들이었다.
내가 첫 문장을 만들었던 그날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주어온 지식으로 부정형 쓰지 않기 이미 이룬 것처럼완성형으로 쓰기등등에 부합하게 만들었던 첫 문장은
'나는 공황장애 완치자다.'
였다. 나는 이 문장을 썼을 때의 거부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문구를 보며 이미 된 것처럼 느끼려고 했을 때 온몸으로 이질감이 느껴졌던 그 느낌 말이다.그 문구를 쓰며 인지한 그 순간 느껴진 것은 타인이나 나 스스로 하는 '괜찮다' 보다 더 끔찍한 거부감이었다.내 온몸과 마음이 그것을 거부하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그것은 나의 내면이 그동안의 나를 다 알고 바라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너 완치 아니잖아?'
'너 아무 노력도 안 하잖아?'
'도대체 어떻게 완치할 건데?'
같은 외침이 나를 괴롭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증상이 심할수록 더 크고 고통스럽다. 그때의 내 머릿속은 아주 민감하게 나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부감을 느낀 다음 내가 떠올린 것은 의외로 긍정확언에 대한 신뢰였다. 왜인고 하니 이런 짧은 글귀가 나의 기분 상태를 이렇게까지 끌어내린다는 것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 순간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를 끌어올려 줄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날 이후 내가 만든 글귀는 이전 루틴글에도 적었던 이 글귀다.(이 과정은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모든 증상은 나의 불안공식들의 반복을 위험으로 인지한 뇌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이며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다. 나는 위험하지 않으며 안전하다.'
증상이 심하고 긍정적인 말들이 비수처럼 느껴질 때는
위의 예처럼 있는 사실 그대로 쓰되 나의 상태를 객관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형태로 쓰면 좋다. 나는 긍정언어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확실히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문구는 거부감이 없었다.
다만 명확히 내가 이해한 것을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바탕으로사실만적어야하며 자신의 상태나 뇌의 작동방식을 알고 있을수록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
힘든 시기에는 어떻게든 당장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99%의 상태다. 이때의 '괜찮다'라는 말은 나에게 벼랑 끝에 매달린 손을 놓아도 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내 발아래는 아무것도 없는 코앞의 바닥이겠지만 나의 뇌는 망망대해의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려 있다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때의 긍정확언은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마중물 요법
힘든 시기에도 할 수 있는 부작용 없는 긍정언어가 있다. 바로 마중물 요법이다. 이 방법은 내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였고 지금도 루틴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마중물은 내가 나 자신에게 먹고, 자고, 싸고, 입고, 벗고, 씻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이런 일상적인 행위를 할 때마다 나에게 해주는 긍정언어이다.
그 방법은
ex) 옷 입을 때-노마리야 내가 날 위해서 옷 입어줄게. 응 노마리야 날 위해 옷 입어줘서 고마워 잘했어 응.
속으로 해도 좋고 겉으로 내뱉어도 상관없다. 이것을 행위 내내 되뇐다. 난 이 마중물을 '반명상'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내 의식을 일어나지 않은 일의 걱정이 아닌 행위하고 있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명상이 어색하신 분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문장 어디에도 허황된 내용이 없이 내가 한 행위 그대로의 긍정언어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내가 선생님께 이것에 대해 여쭈어보았을 때 역시나 거기까지 바라보시고 만드신 문장이라고 하셨다.
난 이 마중물을 기본적인 것 이외에 여기저기 활용한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들이 밀려들어 곧 뭔가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확장되기 전에 하기도 하고, 정적인 행위 중에 잡생각이 들 때 특히 활용도가 좋다. 난 2~3단계에 있을 때 직장에서 물을 한 컵 떠놓고 부정적인 생각이 시작되려 할 때마다 그것을 한 모금씩 마시며 마중물을 하곤 했다.(선생님 추천) 물을 마시며 마중물을 할 때면 신경이 분산되어 뜬금없이 시작되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그 순간 멈출 수 있었다. 물론 한두 번으로 되지는 않는다.이미 증상이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을 때는 늦는다. 꼭 그전에 부정적인 생각이 시작되었다는 걸 인지했다면 시도해 보자.
생각을 멈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은 생각을 멈추기 힘들다. 내가 하던 부정적인 사고나 걱정들도 멈추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 순간 마중물을 한다면 그것에 집중해야 하므로 더 이상의 사고의 확장이 어려워지니 증상이 더 이상 확장되지 않게 해 준다. 증상 시에 마중물을 할 때의 팁은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부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면 그때가 바로 적기이다.
마중물은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루틴으로도 좋지만 일상에서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내가 처음 마중물을 시작하고 일주일쯤 넘었을 때가 지금도 생각난다. 어느 순간 나에게 고맙다는 말대신 사랑한다 말했으며 여느 때와 같은 출근길이었지만 너무나 충만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그동안 얼마나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일들을 지겹고 하기 싫고 마지못해 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마중물을 하고부터는 하기 싫었던 집안일들도 의미 있게 느껴지면서 전혀 귀찮지 않게 되었다.
마중물이 있어야 필요한 물을 끌어올릴수 있다.
나는 마중물을 병을 낫게 해주는 방법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내면의 힘을 조금이라도 채워 작은 시도라도 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마중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