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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모리 Apr 23. 2016

다름.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중엔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2014)> 라는 드라마가 있다. 한창 드라마를 보면서는 이 드라마는 정신증 환자들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는 것 같지만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는 생각이 바뀐다. 조금 더 큰 틀로 확장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드라마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의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크고 작은 상처(트라우마 등, 여러 정신증)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함께 모여산다. 뚜렛증후군(틱 장애 중 하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관계기피증을 앓고 있는 사람, 죄책감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싸우고 사랑하며 산다. 겉은 멀쩡하진만 속은 다 곪고 곪은 사람들. 서로 상처를 핥아주고 보듬어주고 껴안는다. 너와 나는 다르다고 인정하는, 말은 쉬운 이 자각(행위)은 오랜 시간 많은 연습을 거쳐야한다.

아마 나는 장재열(조인성 분)이 ‘내면의 다른 자아’를 환시로 만들어 사는 것처럼, 또 다른 나를 내 안에 만들어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보통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살 수 있었고, 내가 아프다는 것, 건강하지 않다는 것으로 말미암아 내가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인정하고 스스로 다독여야 했다. 이것을 온전히 체화시키는 데 꼬박 삼 년이 걸렸었다. 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었는데도 삼 년이 걸렸다. 

좋게 말하면 자기합리화이고, 나쁘게 말하면 핑계인 것인데, 나에겐 ‘이유’가 된다. 나는 몸이 성치 않으니― 로 시작해야 욕심나는 일이나 목표에 도달/성취하지 못해도 살 수 있다. 대학생 때까진 그랬는데, 이젠 방어기제를 만들었는지 애초에 도달/성취하지 못할 일이면 욕심도 나지 않게 되었다. 또 다른 방어기제는 자존감이다. 요즘 내 자존감이 너무 드세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나는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문제 아닌 문제’라고. 내 단점은 내가 알고 있고 인정하니, 너는 내 단점을 알더라도 내 곁을 떠나지 말라는 일종의 방어일 것이다. 

자존감이 높아야만 살 수 있다. 걷다가 넘어져도 창피해하는 것 말고, "아 아파"라고 혼잣말을 하고 '또 넘어졌네'라고 생각하고 털고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어야 살 수 있었고,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몸의 왼쪽 전부가 불편한 사람이라 잘 걷고 싶다고 생각하면 나만 괴로운 일이다.

요즘 자주 만나는 친구와 이야길 나누다 친구가 “언니는 외로운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스무 살 때 만난, 사랑하는 내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외롭다. 늘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상대는 없고, 있었을 때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난 내 속에 ‘나’를 하나 더 만들어서 항상 속으로 이야길 한다. 아니면 머릿속으로 글을 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썼다. 꽁꽁 가둬놓기 싫어 늘 머릿속에서 쓴 글은 이렇게 밖으로 꺼내어 활자화시키고 불특정다수, 나와 아는 사이인 사람들을 읽게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들어 달라’고. 속에 쌓아둔, 쌓이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혼자 갖고만 있기엔 너무 버겁다고. 들어달라고. 아니, 알고만 있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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