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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May 06. 2022

아쉬울 것 없이.

어버이 9년 차

똑똑똑.

아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가만히 나의 이부자리에 누었다.

보던 책을 덮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엄마 오늘 포인트 시장에 카네이션이 달린 머리띠가 있었는데 못 샀어요. 미안해요."

"그랬구나. 이뻤어?"

"딱 보는데 엄마가 하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 정말? 고마워. 근데 이 이야기 왜 해주는 거야?”

"머리띠가 너무 비싸서 그걸 사면 내가 사고 싶은 걸 거의 못 살 것 같아서..."

"잘했어! 근데 그걸 보고 엄마 생각이 났다니 너무 감동이다. 그치만 이미 마스크에 붙이는 피카추도 주고 아폴로도 주고! 엄마 때 보다 훨~씬 맛있어서 까암짝 놀랐어~”

"정말? 그렇지?"

"으응! 엄마가 안 사주는 것들 맘껏 고를 수 있었어서 진짜 좋았겠다. 오늘의 포인트 시장은 포인트를 모은 너를 위해 쓰는 거야. 엄마도 신기한 거 많이 먹고 보고 즐겁고 신났었어~! 고마워!"




이 어린아이가 좋은 것을 보거나 맛있을 것을 보면 나를 떠올려 준다. 우린 아직 유대관계가 좋은가보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나 자식은 나의 몸을 빌려 이 세상을 나오고 나의 철학과 규칙 하에 자라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때때로 무지와 부당함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중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느끼는 것은 아이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기회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정신적인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내가 좀 더 인간다워짐을 선택하게 되는구나라는 믿음이 강해진다. 때때로 ‘내가 못할 게 뭐 있어!!!!’하는 허무맹랑한 용기도 준다.


아이가 커서 내 품을 당당하게 떠나면 참 감사하겠다.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나는 그런 너를 떠나 나의 걱정들을 너에게 짐 지우지 않고 내 인생을 마저 살아가면 좋겠다. 우리 연은 거기까지! 그러니 아쉬울 것 없이 함께 할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마음 다해 너를 응원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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