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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간단하게 즐기는 나만의 피크닉

by 조형준 작가

이 날은 2024년 3월 23일이었다. 롯데월드를 연간이용권으로 즐기는 나날도 어느덧 4개월이 넘었다. 원래라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혹은 오후 10시까지 풀타임으로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하루종일 지내는 것의 단점이면 최소한 몇 번은 배터리를 충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월드 내에는 유료로 운영되는 보조배터리 대여소가 아닐 경우에는 스마트폰 충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보조배터리까지 구매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발이 아파올 때가 있기 때문에 가끔이지만 밤 늦게 롯데월드를 즐길 때도 있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탄 건 회전바구니였다. 회전바구니에 있는 커다란 뱀이 있는 조형물은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빛나서 훨씬 더 빛났다.

그리고 회전바구니에서 팁을 하나 주면 바구니의 회전 속도를 바구니 중앙에 있는 원형 손잡이를 통해서 조절할 수 있는데 이를 적절하게 작동시키는 게 팁이다. 너무 빨리 하면 어지로움이 극대화되고 손잡이를 아예 돌리지 않게 되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자신의 감을 사용해서 자신에게 알맞는 속도를 찾는 게 급선무이다. 그 밖에도 아주 좋은 점이라면 후룸라이드의 2차 낙하 구간 바로 옆에 있어서 바구니에 앉아서 후룸라이드의 비클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 까 한다.

두 번째 어트렉션은 명실상부한 아트란티스였다. 롯데월드에 와서 아트란티스를 안 타는 것은 진수를 느끼지 않은 것이나 다르지 않다. 애당초 롯데월드에서만 탈 수 있는 유일무일한 어트렉션인 만큼 나에게는 안 탈 수가 없었다. 여기서도 팁을 주면 극성수기가 아니면 밤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대략 오후 6시부터는 단체 이용객이 빠지게 된다. 이후부터는 롯데월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만 남는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그런 점을 감안해서 탑승이 마감되기 전에 재빠르게 줄을 서면 조금이나마 유리해진다. 그리고 입구를 지키는 두 석상도 아트란티스의 상징 중 하나라서 사진으로 남기고 20분 정도의 대기 시간 끝에 탔는데 아트란티스는 여러 번 타도 질리지 않아서 항상 급발진을 할 때부터 웃음을 짓고 두 차례의 낙하 구간에서는 거의 환호성을 질렀다. 워낙 많이 타서 질릴 법하지만 아트란티스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유니크한 점이 가득했다.

세 번째 어트렉션은 후렌치 레볼루션이다. 후렌치 레볼루션도 아트란티스와 다른 면에서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득 보유하고 있었다. 실내 롤러코스터임에도 그런 약점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서 팁을 드리면 360도 루프 구간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을 세어보는 것도 은근히 재미 포인트이다. 비록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잠깐이나마 그들과 우리가 서로 가깝게 만난다는 것을 느끼는 경험도 후렌치 레볼루션와 같은 실내 롤러코스터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후렌치 레볼루션도 되도록 손을 드는 것을 추천한다. 손을 들 때는 에어타임 덕분에 잠시지만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이후에는 시간대가 맞아서 앞서 소개한 월트 오브 라이트를 봤다. 개인적으로 월트 오브 라이트는 기존에 있었던 퍼레이드와 비교했을 때 너무 좋았다. 특히 로티가 마지막에 말하는 말은 롯데월드에 어렸을 때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던 나에게 로티가 진심을 담아서 보내는 작은 위로처럼 다가왔다. 연간이용권이 끝나는 마지막 날을 다룬 별도의 글에서 앞에서 말한 로티의 마지막 말을 다뤘던 적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게 뭔지 말하지 않겠다. 이건 직접 현장에서 들어아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월트 오브 라이트를 보며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아동 학대로 잃어버렸던 눈물을 오랜만에 흘린 순간이기도 했다. 내가 눈물을 흘린 순간은 아동 학대로 인한 고통으로 울었던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이후에는 눈물 자체가 말라서 웬만한 일에는 울지 않게 되었다. 이후 눈물을 흘린 적은 영화 해바라기를 본 직후처럼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월트 오브 라이트였다. 참고로 월트 오브 라이트에 대해서는 내가 자세하게 쓴 리뷰가 '두 놀이동산과 나'의 외전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나에게 있어서 월트 오브 라이트는 많은 위로가 되어줬다. 이렇게 월트 오브 라이트를 관람하고 아트란티스 성을 사진으로 남기며 나만의 '밤의 피크닉'은 끝났다. 비록 오늘은 어트렉션 세 개에 퍼레이드 하나 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때의 경험은 내게 있어서 소중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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