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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sum Mar 21. 2024

스리랑카 마댈 어부들

스리랑카 전통 어업을 찾아서 part. 2

갈보카 바다거북 보호소 앞 해변에서 본 스리랑카 공동 어업방식 마댈


스틸트 피싱은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하고, 사람들은 어부가 아닌 모델로 전직한 것을 보고 적잖은 실망감에 빠졌던 나는 또 다른 스리랑카 전통 어업방식인 ‘마댈Madal’을 찾아다녔다. 1km가 넘는 길고 커다란 그물을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가 양쪽 끝을 육지에 두고 반달 모양으로 펼치면, 몇 시간 후 그물 안에 물고기가 모여드는데, 육지에서 사람들이 줄다리기하듯 그물 양쪽 끝을 끌어당겨 그 안에 갇힌 물고기를 잡는 마을 공동 어업방식이다. 그물은 어부들이 치고, 마을 사람들 30~40명이 나와 함께 그물을 당기는데, 선주는 상품 가치 있는 물고기를 건져내고 나머지는 일손을 보탠 주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준다. 하루에 두 번, 아침 7시와 오후 4시경에 그물을 거둬들인다고 했다.

히카두와를 떠나 콜롬보로 가기 전날까지, 때를 못 맞춰 마댈을 보지 못하는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갈보카 바다거북 보호소 바깥쪽 해변에서 우연히 그물을 정리하는 어부들을 만났다.


위풍당당 그물을 밟고 올라 선, 십장처럼 보이는 할배가 선주다


먼 곳에서 지켜보다가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 손짓과 눈짓으로 물으니 ‘물론이지’라고 눈짓과 몸짓으로 답했다.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봐도 대장 같은 할배가 잠깐 와보라며 손짓한다. 지레 겁먹고 얼굴을 찍지 않았다, 저 아저씨가 찍어도 된다고 했다 등등의 변명을 늘어놓는데, 어디서 왔느냐 묻는다. 다음 질문은 뻔하다. 얼마나 오래 스리랑카를 여행하니, 스리랑카는 어땠니, 이 지역에 언제까지 머무를 계획이니, 다음에는 어디로 갈 거니. 같은 패턴의 질문이 오갔고, 성의껏 답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마댈’을 보고 싶었는데, 그물을 정리하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 영광이다, 했더니 자신이 이 배의 선장이니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좋다고 한다. 뒤에 앉은 아저씨가 ‘10달러’라며 장난을 친다. 모두 어부라 했다. 오전에 그물을 거둬들였고, 물고기 나눔을 했으며, 오후 작업을 위해 그물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뙤약볕 아래 검다 못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사람들의 어깨에 시선이 갔다. 마을 사람들은 귀가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부인 듯했다. 엉키지 않게 정리하는 것만 해도 반나절 이상 걸릴 만큼 그물 길이는 길고 무게는 묵직해 보였다.


코코넛 껍질을 말려 가공해 만든 친환경 그물. 어부들은 바다와의 공생을 생각한다


조금 전 바다거북 보호소에서 어망과 배의 프로펠라가 바다거북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얘기를 들은 뒤라 그물에 시선이 갔다. 하필 바다거북 보호소 앞 해변에서 이 장면을 보다니. 그런데 내가 아는 그물과 달리 그물이 꽤 투박하다. 선장 아저씨는 코코넛 껍질을 말려 가공해 얻은 섬유를 손으로 일일이 꼬아 만든 천연 그물이라고 했다. 거친 섬유로 밧줄을 만드느라 힘이 곱절로 들지만, 바다생물과 공존하기 위한 방식이기에 택한 방법이라고 했다. 생명이 사라져 바다가 비어버리면 육지에 사람들도 사라질 거라면서.


이 지혜로운 어업방식을 보면서 우리나라 전통 어업인 돌살을 떠올렸다. 강을 오르내리는 습성이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여울목에 살막이 치던 것을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 적용한 어업 방식이다. 바다에 돌로 담을 쌓아 물을 가두는데, 밀물 때 파도를 타고 올라왔던 물고기가 썰물 때 돌살에 갇혀 돌아가지 못한 걸 잡는 방식이다. 지금도 제주도와 일부 서해안에서 행해지는 원시 어업방식이다.




버스정류장에서 갈보카 ㅂ다거북 보호소까지 공짜로 데려다준 툭툭 기사 아저씨 (왜 돈 안 받으셨어요? 제가 휴대폰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였나여?)


히카두와 어시장의 이른 아침 풍경


히카두와 숙소 옆에는 과일시장과 어시장이 있다. 과일을 사러 갔다 길을 잘못 들어 항구 쪽으로 갔더니 시큐리티가 막아서며 이곳은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이니 기왕이면 경매가 이뤄지는 이른 아침에 다시 오란다. 자신이 내일 아침에도 근무하며 어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곳도 소개해주고, 싱싱한 물고기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안내해줄 터이니 내일 아침에 와서 자신을 찾으란다.

7시쯤 어시장에 갔더니 입구에서 시큐리티가 반갑게 맞는다. 그리고 전체 풍경을 보라며 건물 옥상 위로 안내한다. 아침나절 조업을 마치고 온 듯한 어부 서넛이 난간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눈인사를 건넨다. 사진을 찍고 내려와 어시장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어부와 도매상 사이에 즉석 경매가 이뤄졌고, 동시에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판매도 이뤄졌다. 즉석에서 손질해서 생선을 건네는데 이상하게 비린내가 심하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따뜻한 홍차에 우유를 더한 밀크티 한 잔을 얻어 마시고 한참 사람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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