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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Oct 24. 2018

글이 건네는 위로

글 읽기와 낙서하기가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김영하 작가님의 에세이 "말하다"를 읽던 2017년 11월. 병원 침대에서 찍은 책 표지 사진

작년 중환자실 비슷하게 외출이 아예 안 되는 집중치료실에 입원했을 때 일이다. 화장실 가는거 빼고 유리문 너머로 한발자국도 나가면 안 됐다. 24시간 좁은 침대와 벽과 커튼이 둘러 싸인 6인실 병실은 답답한 공간이었다.


WIFI가 공짜인줄도 모르고 핸드폰도 필요한 때만 보고(오히려 잘 됐지 뭐..) 주는 밥 먹고 검사 받고, 밥 먹고 자다가 또 검사 받기를 반복했다. 방문객도 통제를 받아서 그냥 아무도 오지 않는게 도와주는 상황이다보니 거의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천장 보고 누워 있다가 그나마 할 수 있는게 책 읽기와 낙서하기였다. 책 읽기가 낙이라니! 그러고보니 병원에 있을 땐 책 읽는 시간이 소중했구나. 중학교때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책(선물 받았던 이상 문학상 작품집과 어떤 책) 읽으면서 감동 받았었다. 그랬구나.

할게 많으면 책은 자연 멀어지게 되어 있는데, 할게 아무것도 없으니 책이 무척 아깝고 소중한 보물이었다.

딱히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었는데(그가 쓴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고. 얼핏 그런 이름의 작가가 있다는 정도. 알쓸신잡 나와서 이야기 하는걸 본게 거의 처음) 김영하 작가님 에세이집을 정말 열심히 읽었다.


읽다가 밑줄 그어야할 부분이 나오면 다시 돌아가서 읽고.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읽다가 고개 끄덕이는 부분이 나오면 맞아 맞아 하기도 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그때 생각했다. 글이 큰 위로가 되는구나. 글이란게 이렇게 좋은거구나 하고.


게다가 특히 "말하다"는 강의하신 내용을 옮겨놓은거라 직접 이야기하는걸 듣는 듯 했다.


글이 건네는 위로를 받으며 하루하루 살았던 그때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1년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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