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자몽 Sep 06. 2023

숀탠 <빨간 나무>, 문득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희망

어딘가에 숨어있을 나무를 기다리다.

마지막 페이지 그림. 책 속 아이는 여리여리한데, 좀 통통하게 그려졌다. ⓒ청자몽 ( 《빨간 나무》, 숀탠, 2002, 풀빛 )


숀탠의 <매미>를 보다가 작가의 다른 책인 <빨간 나무>가 보였다. 이게 뭐지? 하고 꺼내어 넘겼다. 그림책이라기보다는 화보집이나 작품집 같았다.




희망에 관하여...


도서관에서 <매미>를 빌리려고 책을 열심히 찾다 보니 옆에 꽂혀있는 <빨간 나무>라는 책이 두권이나 보여서 넘겨봤다.

보통 그림책의 그림들은 다 예쁘고 좋지만, 이건 거의 매 페이지가 다 작품이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두어줄 적혀있는 글이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이 깊었다.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
모든 것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

출처 : 《빨간 나무》, 숀탠, 2002, 풀빛
          중에서 발췌




빨간 단풍나무잎이 까맣게 변해서 하나 둘 떨어지다가 결국 방을 가득 채우는 그림으로 시작된다. 때로는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날들이 그러다 보니 시작부터 집중하게 됐다.

일어나서 뭔가 설레거나 기대가 됐던 날이 있었나? 1년에 몇 번은 있지 않았나? 어렸을 때는 설레었던 빈도가 더 잦았던 것 같은데...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때로는 기다립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출처 : 《빨간 나무》, 숀탠, 2002, 풀빛
         중에서 발췌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날.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날의 절망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외롭고 괴로운 나를 덮치는 거대한 우울. 떨쳐내고 싶은 기분을 잘 표현했다.

한번 절망이 시작되면, 끝을 모르게 계속 반복이 된다. 기다린다는 글자의 폰트가 점점 더 작아진다. 실망하다가 더 절망한다.




《빨간 나무》, 숀탠, 2002, 풀빛



그렇게 땅이 꺼질 듯 우울하다가도 문득, 의외의 장소에서 희망을 본다.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도..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살아야지.
살아야겠다.
살아야겠어. 잘..

아무것도 없고, 절망적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으며, 나만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 같더라도..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좋은 날을 그리며,
힘을 내어보자. <빨간 나무> 속의 예쁜 나무의 싹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아무리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 속에도
희망은 어딘가에 있습니다.

출처 : 《빨간 나무》, 숀탠, 2002, 풀빛
          책 표지 뒷장 발췌




원글 링크 :










매거진의 이전글 많이 웃으면 더 행복해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