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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Nov 28. 2024

짐 정리 중, 뭘 이고 지고 사는 걸까?

이사갑니다(4)

이사 때문에 짐정리를 하다가 느낀 '쓰레기'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들. 쓰레기란 무엇일까? 대체 왜 버리지를 못하고 쌓아두는 걸까?



정리가 잘 안 된다.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었다. 뭐가 이렇게 많은걸까? ⓒ청자몽


이사 간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했지만, 아직 안 갔다. 간다 간다 생각만 하고, 짐정리를 못하고 있다. 9월에 사람들이 집 보러 오기 시작할 즈음부터 눈에 띄는 것만 버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는 점이다. 버린다고 버렸어도 아직도 버릴 게 엄청 많다. 지난주 목요일은 맘 잡고, 아주 열심히 치열하게 치웠다. 마침 목요일이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생각만큼 많이 정리를 못했다.


다음날인 금요일은 몸살이 나고, 정신이 반쯤 나가서 아무 일도 못했다. 시간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자꾸 생긴다. 일단 주말엔 못 치우고, 또 이사 갈 집에 문제가 생겼다. 당장 내일도 왕복 4시간 걸리는 집에 가봐야 한다. 보아하니 주중에 2번은 가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가용 시간이 줄어드니 마음은 더욱더 급하다. 아니 마음만 급하다. 이러다 나중에 울면서 모조리 다 버리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 이사 가는 집은 수납공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문제다.


가뜩이나 하기 싫어하는 집안일에다가 짐정리라는 큰일이 터지니, 더 더 격렬하게 하기 싫어진다. 일이 많으니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쓰레기를 고민하다.


치우다 보면 놀란다.

이런 물건이 아직도 있었네? 하고. 기저귀 쓰레기통이랑 보행기를 지지난주와 지난주에 버렸다. 이걸 왜 진즉에 못(안) 버리고 있었을까?


언젠가 사용할 거라고 쟁여뒀던 것도 눈에 띄었다. 당시엔 그러고 못 버렸는데, 지금 보니 쓸 데가 없는 물건이 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나중에 쓸 거는 어쩌면 아예 안 쓰는 게 되는 걸까?


어쩌자고 쓰레기를 이고 지고 사는 걸까? 한심했다. 대충 치우기 귀찮아서, 미뤄둔 게 결국 한 자리 차지하고 또 한 자리를 차지해서 점점 쌓이고 또 쌓인 형태가 됐다. 적절한 때에 판단해서 버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다 쓰레기가 된 건가 싶다.


한 때는 의미 있고, 소중했던 물건들이 이제는 쓰레기가 되어 정리대상이 되다니.. 왠지 서글프다. 그러고 보면 쓰레기를 이고 지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리를 잘해야 하는데, 생각도 마음도 그러지를 못한다. 주저하는 성격인 것도 한몫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쫓기듯 볼일을 보다가, 또 시간 쫓겨가며 정리해도 슬퍼하지 말아야겠다. 지금은 머리로만 걱정을 하고 있지만, 정리는 하면 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어쨌든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


가을은 깊어가고, 떠날 날은 가까워 오고 있었다. 2023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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