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6살 새콤이

울어도 괜찮아. 울고 싶은 땐 울어도 돼.

6살 새콤이(17)

by 청자몽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울기 시작했던 아이에게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라고 큰소리로 말해버렸다.

6살 새콤이 열일곱 번째 이야기 :



콧물감기가 시작된 아이와 병원에 가기.
그런데 병원에는 우는 아이 말고 극복할게 더 있었다.


이제 글씨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나도 이제.. 엄마가 되고 있다. 서툴지만...ⓒ청자몽

토요일 약간 춥다 싶었는데, 그만 6살 아이가 저녁부터 훌쩍거린다. 왜? 콧물 나와? 하니까 도리질을 한다. 아니란다. 그러더니 밤에 열을 재달라고 한다. 다행히 정상체온이었지만, 올게 왔구나 싶다. 일요일에는 종일 집에서 있었다. 열도 오르내리고, 감기약과 해열제를 번갈아 먹이며 열을 식혀줬다. 그리고 월요일이 됐다.


다행히 심하게 훌쩍이지 않고, 정상체온이라 유치원을 보냈다. 그런데 문제는 하원하고서부터다. 엄마, 오늘은 어디 가요? 어.. 갈 때가 있어. 어딘데요? 일단 가보면 알아.라고 했는데, 아이는 직감적으로 병원 간다는 걸 알아챘다.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까이 갈수록 더 울음의 강도는 세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인다. 아무 말이나 한다. 많이 무서운 모양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데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한 줄 서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 오신 할머니가 손녀랑 새치기를 하며 우리 앞으로 가서 선다. 할머니는 제 눈이 휘둥그레지자 고개를 돌렸다. 새치기? 허..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울음을 멈추지 않는 딸아이를 따라 그 집 손녀도 울먹거린다. 그러자 할머니가 나 들으라고 말했다.


"우리 애는 안 울고 있었는데, 얘 때문에 울잖아."


이런 걸 '적반하장'이라고 하나. 허.. 이런. 새치기했으면서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군. 뭐라고 하고 싶었는데, 3층 문이 열려서 내렸다. 어쨌든 이비인후과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할머니네는 5층 소아과를 가는 모양이다.


간호사님께 이름을 말하고 소파에서 기다렸다. 아이는 아무 말을 하면서 계속 울고 있었다. 그때, 진료를 마치고 유모차를 끌고 가는 할머니가 계셨다. 또 할머니.. 딸보다 한 두어 살 어려 보임직한 남자아이가 유모차에 앉아 있었다. 우는 딸아이를 보며, 할머니가 말하셨다.


"누난지 뭔지는 왜 울고 있어. 참.."


헉..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한 대 맞은 저는, 순간 가만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리자. 이봐요. 어머니 정신 차리시라고요. 그러고는 딸아이를 잘 앉힌다음에 큰소리로 말했다.


"누나든 형이든! 아프면 울어도 돼. 아프니까 병원온 거고, 무섭고 두려우니까 우는 거지. 어른도 아프면 울어. 괜찮아. 괜찮다고."


엄마의 큰 목소리에 아이는 놀라서 울음을 그치고 나를 쳐다봤다.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으나... 이런 상황마다 담아두고 참기만 하며, 나중에 후회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 유모차 할머니는 흘끗 보셨다. 그래서 나도 같이 봤다. 그러자 할머니는 흥.. 하고 나가셨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진료실 사람들 눈이 나에게 쏠림을 느꼈다. 괜찮아. 너도 괜찮아. 할 이야기 했으니까 괜찮아. 스스로에게 말했다.



울면 안 된다고 배웠다.
아니, 울면 뚝 그치라고 호통치셨다. 다들..


나는 잘 우는 아이였다. 그런데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우는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순간 울음이 몰려와, 모르는 사이에 주르륵 흐르는 경우가 많. 어려서 울 때마다 혼났다. 울지 마. 울지 말라고. 누가 죽었니? 왜 울어. 닥쳐. 등등의 대못 박는 말을 그냥 들었다. 서운했다.


우는 나도 우는 게 싫지만, 눈물이 나는 걸 어떻게 하나. 울면 재수가 없다고 호통치시는 것도 많았다. 그래서 꾹꾹 눌러 참다가 혼자 있을 때 조용히 울기도 했다. 우는 건 다들 싫어한다. 오죽하면 크리스마스 캐럴에도 있지 않나.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어른들은 아이의 우는 소리를 힘들어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는 소리를 듣기 싫으셨던 같다. 막상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이해가 간다.


아주 많이 예쁜 아이지만, 울면 나도 힘이 든다. 우는 소리를 견디는 게 힘들다. 게다가 아이는 목소리도 커서, 우렁차게 운다. 아주 작은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그랬다. 우는 소리 견디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의문이 들었다. 아이가 울어서 힘든 건가? 아니면 아이의 우는 소리가 힘든 건가? 뭐가 힘든 건가.


우는 소리를 참고 있는 나도 힘들지만, 사실 제일 힘든 건 울고 있는 아이다. 속속들이 자기 속내를 일일이 로 표현할 수는 없고, 속은 상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럴 때 울기라도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겠다. 그때부터 울면 좀 울게 놔뒀다. 울다가 그치는 법도 익혀야 하기에...


그렇게 키웠지만, 울다가 그치는 법을 익힌 거 같지 않다. 대신 울면, 울고 있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슬프면 울어도 된다고 말했다. 엄마도 우는 소리가 힘들지만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우는 소리가 힘들다.) 아이가 울면, 우는 소리와 우는 걸 힘들어하는 내 자신과 힘겨루기를 다.



누군가 울지 말라고 화를 내면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해줄 생각이다.


그래도 병원 잘 갔고, 진찰 받고 약도 받아왔다. ⓒ청자몽

그래서 병원 진료 기다리면서 울 때도 일단 그냥 놔뒀다. 실랑이하지 않고. 그렇지만 누난지 뭔지가 왜 우냐. 따위로 흘려 말하는 말에는 화가 났다. 너네 애 때문에 우리 애도 울게 생겼다. 그런 말도 좀 생각해보고 하시지. 새치기도 했으면서!


어른이 되면, 미안하다.라는 말하기가 어려운가 보다. 아니면 돌아보는 게 쉽지 않은지. 당신의 아이였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 애의 엄마나 할머니라면 그런 말 듣고 화가 안 날 거 같냐고. 앞으로 무작정 참지 않고, 아니면 아니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용기가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감한 엄마가 되야겠다.


진료 중에 역시 아이는 울면서 힘들어했다. 다치치 않게, 팔도 꽉 잡고 도닥도닥해 줬다. 진료 끝나고 선생님께 꾸벅 배꼽손 인사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게 했다. 선생님의 불 나오는 '게이밍 키보드'도 멋지다고 칭찬해 주자고 말도 했다. 의사 선생님이 풋.. 웃으셨다. 평소부터 생각했던 건데.. 저 선생님 취향 특이하다 싶었다. 겸사겸사 아이 핑계로 같이 이야기한 셈이다.


거창하게 세대를 극복한다 그런 말은 못 하겠다. 그냥 하루하루 살면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맞는 건 맞다고 할 생각이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한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울어도, 산타할아버지는 내 마음을 알고 계신다. 솔직한 아이에게 선물도 주실 거다.



- 2022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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