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스럭 Jun 18. 2022

조각 찾기


조각을 잃어버렸다. 조각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하는지는 막연했지만 일찍 일어나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마다 제 조각을 본 적 있으신가요, 하고 물었다. 모두 모른다고 했다. 모두 바빠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그리고 또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멀리멀리 나갔다. 달리는 내내 창문 밖 풍경이 이상한 영화 같았다. 내가 이상한 영화의 주연인 것인지 관객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는 듯했다.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몸짓이 자연스러웠다. 혼자 잘못된 곳에 와 앉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각을 잃어버린 것을 들켜선 안돼.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누군가가 얼굴 안쪽에서 눈썹 사이에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손을 놓아버린다면 길게 뽑은 줄자처럼 쭈르르륵, 버스가 달려온 궤적을 지나 고속도로를 지나 사거리를 지나 처음 나선 현관문 앞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발목이 시큰거렸다. 반나절이 겨우 지났을 뿐인데 벌써 몸이 피로했다.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 것이 후회되었다. 큰 가게와 작은 빵집, 서점과 뒷골목 하수구 속까지 샅샅이 뒤진 나는 더 이상 조각을 찾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화끈거리는 발바닥을 하나씩 주워 담으며 다시 반대편 버스에 올랐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다. 조각은 아침에 두고 나간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나는 조각과 함께 웅크리고 누워 저녁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밤이 되자 창밖에는 조각달이 걸렸다. 지금쯤 어딘가에선 누군가가 저것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그를 태우고 야간버스가 밤을 달린다.



이전 09화 여름 하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