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봄에 나는 없었다> 서평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나는 쭉 내가 있던 자리에 있었어 - 블란치가 옳았어 - 나는 세인트 앤을 떠났을 때 모습 그대로야. 쉬운 삶, 나태한 사고방식, 자기만족, 고통도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두려워했지....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아무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단다. 얘야"
"네, 하지만 사람은 때로 바라지 않던 일을 당하기도 해요."
"나태한 사고는 금물이야, 조앤!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이라 해도 그래선 안 돼!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지면 안 돼!"
[발제문] by JSY
1. 책의 초반부에서는 주인공인 조앤과 동창 블란치의 삶이 꽤나 대조적으로 그려집니다. 다소 불행한 듯 하지만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자유분방하고 즐겁게 살아온 블란치 vs. 정숙하고 우아하지만 틀에 갇힌 채 단조로운 삶을 살아온 조앤. 당신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은 누구와 가깝나요? 당신이 꿈꾸는 중년은 어떤 모습인가요?
2.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무진장 중요하거든. 안 그래?”
“상황에 따라 다르지. 사람은 많은 것들을 고려하며 살아야 하니까.”
유능한 변호사인 로드니는 도시를 벗어나 농사를 지으며 한적하게 사는 삶을 갈망하지만, 조앤의 만류로 좌절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조앤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당신은 남편의 꿈을 지지할 것인가요? 아니면 조앤처럼 '둘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현명해야 한다'며 남편을 설득할 것인가요? 배우자 혹은 자녀가 당신이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할 때, 그것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3. 사랑에 모든 것을 - 자식마저 - 내던지며 충동적으로 살아온 천박한 블란치,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결국 암으로 생을 마감한 레슬리, 독선과 자기기만에 빠져 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외톨이 조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쟁취하지 못한 채 반쪽자리 삶을 사는 허수아비 로드니. 당신에게 있어 가장 이해되지 않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4. "나태한 사고는 금물이야, 조앤!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이라 해도 그래선 안 돼!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지면 안 돼!"
조앤은 로드니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 사실을 외면하고 스스로를 기만하였습니다. 떠올리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당신은 그 고통을 똑바로 마주함으로써 극복하는지, 피하고 외면하여 잊어냄으로써 극복하는 스타일인지 궁금합니다.
5. 사막에서 발이 묶이자 그것을 휴양치료라고 생각하기로 한 조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조앤을 보며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 중인 '원영적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원영적 사고'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결국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 초 긍정적 / 낙관적 사고방식을 뜻하는데요. '오히려 좋아'라는 유행어와도 일맥상통하며, 대중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적 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긍정적 사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
부정적 사고: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원영적 사고: 내가 연습 끝나고 딱 물을 먹으려고 했는데, 글쎄 물이 딱 반 정도 남은 거양!! 다 먹기엔 너무 많고 덜 먹기엔 너무 적고 그래서 딱 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비키잔앙!!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원영적 사고는 정신승리일 뿐,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이 책 역시 자기만족과 자기기만을 경계하고, 적당한(?) 자기혐오를 통해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함을 주장하는데요. 당신은 어떠한 사고방식을 선호하시나요? 원영적 사고방식과 조앤의 자기 최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