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독후감을 쓰며 성장한 것들과 2020년 독서 회고
작년 이맘때쯤 "1년 동안 매주 독후감을 썼습니다"라는 글을 발행했습니다. 1년 동안 일주일에 책을 한 권 읽고 독후감을 썼다는 내용이었어요. 책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읽고, 읽었던 내용이 단순히 휘발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였습니다. 1년 동안 실천해보니 좋은 점들이 많아서 2년 차에도 매주 독후감을 썼습니다.
2019년에는 매주 1권씩 총 52권의 책을 읽었어요. 2020년에는 여러 권을 읽고 하나의 독후감을 발행한 적이 있어서 총 55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습니다.
1년 동안 어떤 책을 읽었는지 짬짬이 독서 시기와 분야를 기록해뒀는데요. 보라색이 경영인데, 총 17권으로 분야 1위를 차지했어요. 1년 동안 다양한 관심사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줄기는 경영이었습니다. 올해는 UX를 열심히 공부했어서 관련 책들도 4권 읽었습니다.
작년에는 에세이와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다독가이신 복싱 선생님께서 에세이와 소설책을 많이 빌려주신 덕분에 에세이는 11권, 소설은 7권이나 읽었습니다. (헤헤 감성이 조금은 풍부해진 것 같아요)
개발자인데 개발 관련된 책은 <해커와 화가> 1권뿐이라 양심에 찔렸습니다. 개발 책은 많이 봐도 독후감을 남기진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개발 책 독후감을 쓴다니 상상만 해도 현기증이 나네요..)
사회분야에 관한 책으로는 <외롭지 않을 권리>, <선량한 차별주의자>, <육식의 성정치>를 읽었는데, 평소 생각지 못하던 사회 이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3권 모두 정말 유익했어요. <육식의 성정치>를 읽고 올해 3.5개월 동안 채식을 실천했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후기를 적어보고 싶네요 :)
책을 읽다 보니 책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더 즐겁게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활동을 벌이기도, 참여하기도 했어요.
2020년 연말에는 다가올 트렌드를 공부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트렌드 스터디를 결성했습니다. 각기 다른 2021 트렌드 도서 3권을 돌아가면서 읽고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에요. 3권을 사야 할 책 값도 절약할 겸 패기 넘치게 시작했었죠.
짧고 굵게 1주일에 1권씩 읽으려고 했으나, 업무상 바빠서 간혹 미루다 보니 거의 1달 반 동안 진행했었습니다. 같은 나이, 같은 개발자라는 직업, 같은 책을 읽고도 각기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새삼 신기했어요. 2021년에 각기 주목할 트렌드를 뽑기도 했어요. B는 환경, Y는 N차 신상, 저는 팸 테크에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독서모임에 참여했어요. 올해는 UX를 공부해보는 게 목표여서 연초에 UX 분야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독서모임에 참여해 UX를 학문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더 관심이 생겨서 UX 강의를 듣기도 하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었어요.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스타트업 독서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실제 종사하고 있는 분들을 통해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어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 같아요.
행복하게도 사내에도 독서모임이 생겼는데, 이상하게 멤버들은 모두 개발자들이지만 다들 충실히 비개발 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다들 개발자 아닌 척 고심해서 책을 들고 오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연말에는 재택근무로 인해 점심시간에 랜선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어요. 각자 2020년 최고의 책을 소개했는데, 저는 우울한 시기에 힘이 되어준 <죽은 자의 집 청소>를 꼽았어요.
처음 1년 동안은 독후감을 쓰는 것 자체가 챌린지였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꾸준히 독후감을 쓸 수 있을까 때론 걱정스럽기도 했어요. 막상 1년을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2년째 해보니 독후감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어요.
2년째 독후감을 쓰다 보니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습관을 넘어 선 일상이 되었어요. 집을 비워 어딘가로 잠시 떠날 때에도, 그 주에 읽을 책을 자연스럽게 배낭에 챙기게 되었어요. 일요일마다 독후감을 쓰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일요일은 집에서 차분히 쉬며 일주일 간 생각을 정리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었어요.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우울한 시기를 보낼 때에도 독서가 많은 힘이 돼주었어요. 올해 인상 깊게 읽었던 <죽은 자들의 집 청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 죽음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답답한 현실은 죽음에 비해 견딜만한 것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어느 시기에 무슨 책을 만나는 지도 하나의 인연인데 우울한 시기에 힘이 돼준 좋은 책들을 만나서 기뻤어요. 잠시나마 책을 읽을 때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가 갑갑함을 잊을 수도 있었습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도 판타지스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한동안 행복하게 잠에 들 수 있게 해 줬어요.
독후감 1년 차에는 책의 내용을 소화하는데 급급했었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게 훨씬 많고, 무얼 모르는지도 모르고, 알아야 할 것 천지이지만 그 당시에는 더욱더 부족했어요. 1년 정도 책을 읽으며 글로 기록하자 조금씩 저만의 생각이라는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2년 차에는 조금 더 내 생각과 목소리를 독후감에 실어볼 용기가 생겼어요. 간혹 테마를 정해 여러 책을 묶어 컨텐츠성을 살린 독후감을 쓰기도 했어요. 아직 우렁차게 목소리를 내기엔 멀었지만 1년 차보다는 생각이 단단해짐을 느꼈습니다.
그간은 책 1권을 읽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인상 깊은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을 전개해 나갔어요. 3년 차를 맞이해서는 조금 더 고퀄리티의 컨텐츠를 작성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일주일에 1권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특정 주제를 잡고 관련된 책들 여러 권을 읽어 컨텐츠로 만드는 것이에요. 보잘것없이 부지런하기만 한 독후감에도 매번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더 정성스럽고 고퀄리티의 컨텐츠를 발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그저 부지런한 독후감보다는 더 도움이 되고 인사이트를 주는 북 컨텐츠를 발행하려고 합니다. 매주 1권은 읽되 관련 책들을 엮어 대체로 격주 또는 자주/가끔 발행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꽉 찬 내용으로 글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독후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년에 더 알찬 내용으로 만나요!
1년 차 독후감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