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퐝지 May 26. 2019

우울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사람은 모순적이고 입체적이다.

예전에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야기는 캔디처럼 밝은 이가 어떤 시련과 고난이 와도 꿋꿋하게 극복해내며 그 밝음을 잃지 않는 식의 내용이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작가는 그런 캔디와는 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다. 캔디라는 일관성있는 만화 캐릭터보단 우리와 더욱 가까이 있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우울증 치료 과정 속 정신과 의사와 나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책은 그 과정을 통해 완전히는 아니어도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치료해나간 기록이다.


사실, 읽으며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나는 우울함에 깊이 빠지는 사람은 아니다. 가끔 삶이 퍽퍽하게 느껴지면 우울함이 찾아오지만 잠시간 즐기고 보내버린다. 나를 타인과 비교해버릴 때도 있지만, 그런 일로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울증을 느끼는 원인에 대해서는 공감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가가 가족과 자신의 주변 사람, 자기 자신의 모순적인 생각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크게 감명받았다. 이토록 날 것의 이야기를, 자신 내면의 내밀하고도 어둡고,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읽었다.


우주 전체에서는 나는 하나의 행성이지만,
나라는 행성에서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도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구의 삶에서는 주변 행성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개개인의 삶은 세상의 중심을 돌고 있는 행성같다. 우주 전체를 보면 하나의 행성들일 뿐이지만, 우리의 행성 안에서 바라보면 내가 중심이다.

그래서, 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기에 나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 삶에서는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이 맞다. 물론 나의 감정을 타인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도 그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하는 거 좋아요, 관심 쏟는 거 좋죠. 하지만 제일 먼저 나를 점검했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을 먼저요. 친구들한테 말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일하는 내부 사람들에게도 ‘나는 괜찮아’가 아니라 ‘나는 너와 비교하면 육체적으로는 편할지 모르지만, 여기도 힘들어’라는 걸 말하는 게 자신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할 수 있어요.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가끔은 돌아보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취해야 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해야 한다.

대학교 시절에 진로로 고민할 때, 개발자로 진로를 결정하고 난 후에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지금 회사 같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선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지금 자리에 감사함을 느끼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아마 울 거 같다"라고 말한 것이 공감되었다. 예전의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보기엔, 그래도 나름 멋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보통 꿈이 현실이 되기 전에는 ‘이뤄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만약 꿈이 이뤄졌을 때도 그때의 마음이 생각난다면, 지금의 삶이 보너스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내가 무언가가 부러울 때,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대학교 나와서 출판사 다니네?” 하지 않을까요? 나  (갑자기 눈물 터짐) 정말 기뻐할 거 같아요. 선생님  ‘저 사람한테 가서 어떻게 들어갔는지 물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지금의 나는 내 삶과 과거를 마치 실패한 것처럼 바라보잖아요. 하지만 어릴 때의 기준으로는 지금의 내가 굉장히 성공한 인생일 수도 있어요.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과연 이게 원하는 일일까라는 불안은 없다. 다만 더 잘하고 싶을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자꾸 더 높은 곳만 보며 나를 괴롭혀왔을까.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아마 울 거 같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누군가의 필터링 거치지 않는 날 것의 생각을 읽으며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삶이 꽤나 퍽퍽하게 느껴져서 삶의 의욕을 상실할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며 나를 조금 더 우주의 중심으로 당긴다면

그래도 조금씩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찌질, 무기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