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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Oct 20. 2019

직장인과 다른 대학원생들 이해하기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고

애자일 컨퍼런스에 갔다가 현재 AI 프로젝트를 하는 PM님의 발표를 들었다. 프로젝트의 특성상 머신러닝 쪽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는데 그들의 특성이 매우 달라서 초반에 고생했다는 이야기였다.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었다고 했다. 발표를 듣자마자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대학원생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대학원생이다.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가끔 여행을 같이 가는데, 여행 준비를 할 때마다 "대학원생들은 휴가를 길게 못써", "교수님 눈치를 봐야 휴가 낼 수 있을지 알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가끔 통화할 때에도 "나 이번 주말에도 연구실 가야 해", "야근이 언제 끝날 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했다.

그때마다 철없던(?) 나는 "이거 비인간적인 거 아니냐", "휴가는 내가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왜 허락을 받아야 하냐. 공식 휴가 일수가 왜 없냐"라고 반문하곤 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들만 다녀본 나로서는 그리고 노동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던 직장인으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지구 상의 수많은 대학원생들의 노고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bJClTZkUpM

발표자 PM님이 보여준 동영상인데,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이 보면서 공감했던 동영상이라고 한다. 웃프다..ㅠㅠ


연구와 업무는 다르다

가장 큰 문화충격을 받았던 부분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업무만 해본 나로서는 연구라는 개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없는 문제를 찾아 연구하고 답을 찾아낸다.
문제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서


회사에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항상 있다.

물론, 서비스를 어떻게 발전시켜 유저를 만족시킬까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한 명의 개발자로서는 이러한 기능(시도)을 위해 어떠한 구현을 한다는 점이 명확하다. 다만 구현할 때 어떻게 문제를 잘 풀지에 대한 고민(설계와 최적화)은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의 영역은 이와 상당히 다른 것 같다. 구현의 단계가 아닌 일단 어떤 문제가 풀만한 문제인 지부터 고민의 단계가 필요하다. 한 명의 개발자로서는 유저를 만족시키는 구현을 하면 되는데, 연구자는 세상(?)을 만족시키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지도 교수의 울타리에서 연구를 해야 하는 특이한 환경에 처해진다. 연구와 관련되지 않지만 필요한 일들도 해야 하기에 자신의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주말에 출근해야 한다. (연구실엔 총무팀이나 지원부서가 없나 보다 ㅠㅠ..)


하지만 연구는 재밌어 보였다.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해, 진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야 했기에 아예 대학원이라는 건 생각해볼 수조차 없었다. 지금은 5년 차 개발자다. 대치시키면, 대학원에 갔을 또래들이 대학원 생활을 5년쯤 했고 자신만의 연구를 만들었을 시기인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구현 능력을 향상했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었으며 생계를 위한 자본을 비축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주고 싶은가.


책에서 봤던 이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인류의 지식이라는 큰 경계의 한 픽셀이라도 바깥으로 밀어내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직업인으로서의 성장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자본을 벌어들이면서 살고 싶은가.


선택지들 간에 우열은 없다. 오직 개인의 선호와 만족이 있을 뿐이다.

여태까지는 되는 대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었다.

20대의 마지막 뒤늦은, 어쩌면 결코 늦지 않을 수도 있는 사춘기가 시작되었나 보다.

30대에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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