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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No Man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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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Mar 07. 2022

아니, 그게 아니고

k-힙스터의 생태와 정의에 대하여

별난 한 주였다. 브런치에 써놓은 글 하나를 여기저기 온갖 사람들이 퍼 날라 하루에 조회수가 100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던 게 하루 조회수 43000을 뛰어넘지 않나 해당 글은 50000명 이상이 읽고 공유하지 않나.. 그런 한주를 보냈다.

되도록이면 내가 쓴 글들을 많이들 읽어주면 좋겠지만 그 글만큼은 좀 아닌 것 같다. 내가 봐도 괜찮은 글이 많은데 왜 하필 그것이.. 정말 분노와 혐오라는 감정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 같다. 심지어 어느 모르는 누군가가 인스타 디엠으로 나의 글이 트위터에 널리 퍼져있다고 검색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나를 응원하거나 공감하는 글도 많았고 욕하는 글도 많았다. 나는 그렇게 어떤 집단을 심하게 욕해놓고 나는 욕먹기 싫어하는 건 너무 내로남불 같아서 내가 욕먹는 건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좀 억울하다. 왜 그렇게까지 퍼져나간 거야. 그거. 그냥 내가 친하고 나를 이해해줄 사람들과 함께 소심하게 공유하고 싶었던 글인데. 참 안타깝다. 마치 내가 혐오와 분노의 아이콘인 것처럼 나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비칠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사실 측은지심도 많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좋아하고 정도 많은 사람인데 나의 수많은 감정들 중 나의 분노만이 인정을 받는 동시에 지탄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은 슬펐다. 글을 내릴까도 생각했다가 누군가에게는 유쾌하기도 하고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고 하기에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 글이 또 언젠가는 게으른 나에게 “그래, 난 이런 소리를 공공연하게 지껄이던 남자였지. 쪽팔릴 일 생기기 전에 정신 차리고 움직여야겠다.”라고 생각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든 얘기가 옆으로 샜다. 나를 욕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트위터에서 누군가 내 글을 가지고 자신이 가짢게 여기는 힙스터로 추측되는 다른 누군가에게 “너는 이거나 봐라.”라고 링크를 보내는 글을 보았다. 정말 이건 아니다. 왜 나의 의견으로 자기가 싫어하는 타인에게 욕을 한단 말인가. 나는 당신이 싫어한 그 사람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 당신이 그 사람을 욕하고 싶거든 직접 자신이 적어 비판하였으면 좋겠다. 내가 그 글에서 욕하고 저격한 대상들은 일반적인 직업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보기 힘든 정말 엉망진창인 인생을 살아가는 내 주변의 몇몇 인간들을 향한 것이었다. 마약에 쩌든, 남 탓하기를 좋아하는, 주변인들에게 모든 폐를 끼치는.. 지옥에서 온 것 같은 놈들. 타인의 창작을 욕하기만 하며 자신의 위치를 끌어 올리려 하는 그런 자신의 모습들을 예술이란 이름 아래 용서받고자 한 인간들이다. 정작 몇 년간 예술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면모를 조금씩 가지고 있다는 걸 내 나이 38살에 왜 모르겠는가. 내가 말하는 인간들은 정말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아주 특수한 인간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아마 내 글에 동감하는 몇몇의 사람들도 그 정도의 특수한 인간들을 보긴 힘들었을 것이다. 내 직업의 특수성과 내가 아는 지인들의 특수성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도 내가 이 직업을 갖기 전에는 그런 인간들을 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사람은 모두가 허세를 갖고 자신을 포장하기 좋아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자신이 원하고 동경하는 삶을 쫓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얼마든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그 또한 아름답다. 고생했고 수고했으니까. 그러다 지쳐서 잠시 쉬는 모습도 인간다워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고 모두가 그럴 테니 말이다. 자신이 되고 싶고 이루고 싶던 무언가를 시도했다가 잘 안될 수도 있다. 나 또한 작년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영화가 아무 반응을 못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쓰는 소설도 아무도 모르고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마 그 사실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나는 그저 밥 먹고 똥 싸는 기계이지 않은가. 나는 그럴 바엔 다른 생명을 해치며 밥을 먹는 행위도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며 인간이란 종으로써의 삶을 유지하는 것도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렇게 좀 극단적인 인간이다.


지금보다 젊은 날, 나 또한 그러했다. 위대하고 대단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내가 특별한 존재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리수를 두었다. 무리하게 꾸민 겉모습과 급하게 알아낸 얄팍한 문화 및 예술적 지식 등으로 말이다. 나는 조금은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 별 짓들을 다했다. 참 지금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질 정도로 말이다. 나이가 먹은 지금은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 거장이 되고야 말겠다는 열망 같은 것은 소멸된 상태다. 나는 그저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영상 제작, 마치 인테리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영상 워크숍 운영을 통해 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알려주는 일을 하며 먹고 살아가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후암동 동네 아저씨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늘 그 일들이 끝나면 잠들기 전 나만의 공간에서 아주 소박한 형태의 창작들을 하고 있다. 유부남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 아주 작은 독립 영화를 만들기. 시나리오를 쓰기. 에세이를 쓰기. 소설을 쓰기. 낙서를 하기. 같은 것들을 말이다. 꾸준함은 언젠가 나에게 어떠한 복과 기회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작은 믿음으로 말이다. 이렇게 마음먹은 이후 나는 조금은 담백해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제 38살이 되었기에 꾸준함의 가치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분야의 작업자  예술가 지망생 분들이  가치를 알고 어떠한 뿌듯함을 느끼며 살아갈  있다면 정말 좋을  같다.


마지막으로 내 밤송이 가시 같은 글에 엄하게 찔려 상처받거나 화가 나신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나는 그 글을 쓸 때 당신을 떠올리지 않았다.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저 나는 프로파간다는 강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굳어져 있는 관념을 망치로 후려쳐서 산산 조각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글이 밑도 끝도 없이 과해졌다. 아마 아직도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와서 이성적인 척하며 뒷수습하네.”라고 하겠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부드럽고 온화하게 적어낸 이 글은 내 예상하건데 아마 조회수가 100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트위터나 커뮤니티 게시판 그 어느 곳에도 퍼져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글에는 딱히 그런 힘이 없는 것이다.

어찌됐던 다들 소중한 인생,  아름다운 것만을 탐구하시고 하나뿐인  좋은 , 멋진 , 재밌는  있는 힘껏 누리며 살아가시길. 그런 삶을 누군가가  힙스터냐 놀리면 시원하게 뻐큐 한방 날리고 지나치시길. 나도  주변이 멋지고 아름답고 옳은 그런 것들로만 가득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1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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