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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Nov 05. 2022

나만 그런가, 단체 카톡방

현대인의 숙명

나가고 싶다. 단체 카톡방에서. 그런 방이 늘어간다. 하지만 그 단체에서 탈퇴하지 않는 한 나가기 어렵다. 나만 그럴까. 나가고 싶은 이유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정보들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복사되고 재생된다.


참다 못 견디고 나와 버린 단톡방도 있다. 몇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나갔느냐고. 무슨 일 있느냐고. 튕겼다고 얼버무렸다. 비교적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그것은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전화해서 이유를 묻는 사람은 내게 애정이 있기 때문일 테니까. 그 애정을 외면하지 못하겠다. 전화가 안 왔다면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난 비겁했다.


튕겼다는 말에 그는 즉시 초대했다. 다시 또 그 단톡방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잠수 중이다. 맨 처음 초대받았을 때, 인사하고 한 번도 얼굴을 내민 적 없다. 다시 초대되었어도 잠수다. 잠수사도 아닌데 늘 잠수다. 알림 소리를 무음으로 해서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불편하다. 옷을 쓸데없이 이것저것 걸치고 있는 느낌이다.


단톡방에 올라오는 이야기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도 돌고 돌아 몇 사람이 같은 내용을 다른 단톡방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명절이나 특별한 날 올라오는 이미지들은 닳고 닳아 눈 감아도 훤히 보이는 것들이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을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온다.


그중 한 가지가 노년에 대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심해졌다. 단톡방을 열기 두려울 정도다. 노년과 죽음,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 건 맞다. 죽음을 기억하면서 오늘을  또 성실하게 살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죽음 이야기, 노인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그 정보의 홍수 속에 떠내려 갈 것만 같다. 이제 그만! 외치고 싶다.


물론 노년을 대비해야 하고,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 먹었다고 꿈도 희망도 다 소용없는 게 될까. 왜 벌써 다 산 것처럼 그럴까. 계속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인생을 달관했나. 현실을 초월한 사람인가. 그렇더라도 타인에게 왜 강요할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뛰쳐나오고만 싶다. 자기의 견해를 피력한 글이라면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끊임 없이 복사 재생되는, 영혼 없는 정보는 이제 그만이다.


대부분 나처럼 투덜대지 않고 묵묵히 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았다. 단톡방에 들어오는 그러한 내용의 카톡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냥 그러려니 한단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듯, 읽지 않은 채 그냥 넘기고. 거기에 콩이야 팥이야 따지고 싶지 않단다. 나에게도 그러라고 조언한다.


몇 년 전부터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나보다 남의 생각을 존중할 때 많았고, 그걸 관용이라고 여겨왔다. 그게 계속되다 보니, 의외로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그래서 법을 어기지 않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리라 마음먹었다.


쉽지 않았다.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 그런지, 먼저 생각하는 게 나보다 남의 입장이었다. 또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았다. 내 생각에 합당치 않아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면 주저했다. 이번 단톡방 일만 해도 그렇다. 솔직히 말한다면 대부분의 단톡방에서 나오고 싶다.  해방되고 싶다. 아니 휴대전화조차 꺼놓거나 없애고 싶다. 오롯이 나는 나로만 살 수 없을까. 아무튼 쉽지 않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의 말처럼 그러려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폐해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좋은 정보도 있고 공지 사항을 한 번에 전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의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점은 분명히 장점이다. 효율적으로 한꺼번에 일처리를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니 현대인처럼 바쁜 일상에서 꼭 필요한 공간일 수도 있다.


과거라면 걱정하거나 생각할 필요 없는 것에 대해 고민이 늘고 있다. 편리함과 함께 불편함도 있으니 동전의 양면이리라. 어떤 게 현명한 삶이고 생각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나만 그런가. 다른 이들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으니 알 수 없고, 나만 속 좁고 까다로운 사람 같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것들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게 현대인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너그럽지도 않고 까다로운, 나의 마음을 탓하면서 든 생각이다. 여전히 숫자가 올라가고 있는 단톡방을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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