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 전

by 김운용


염라대왕 전



지은 죄가 많아서

삼선도 가는 길은 기대를 접었소이다.

저승차사님들이 혹여 착오를 일으킨다면

모를까

무슨 염치로

감로 내린 천상의 길을 바라겠소이까.


간혹 찾은 천년고찰

부처님앞에 삼 삼은 구

불탑앞에서 또 삼 삼은 구

금강역사 우뚝선 일주문 앞에서만 삼배

도합 스물 한번을 안면몰수하고

무릎을 굽혔나이다.


헤아려봐도 아닌건 아니겠지요.


업경대 앞에 서면 샅샅히 드러날 여죄

업보라 여기고 처분만 기다릴 밖에는

없겠지요.


남의 것 탐한 적 없고

부정에 혀 놀린 적 없고

세상 이치에 반하여 살지 않았다 하나


오계 불선악을 행하였으니

참작인들 어찌 바라겠소이까.


윤회로도 못오를

종신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한들

남의 가슴에 눈물 흘리게 한

여죄가 많은데 감내해야 않겠소이까.


윤회의 수레바퀴가 구르고 굴러

억겁의 장시 동안

궂은 구름 걷어내는 수고와 수행으로 깨달음이나 얻게되면 그때는 천상을 염두에 두어도 되겠는지요.


대왕께서

만일 재심의 기회를 준다면

이승에서의 생을 다하는 날

수미산 아래 건달바 수발이나 들라하면 족하고 따르리다.


염라대왕 전

삼가 바라나이다.


눈물 흘리게 한 죄

믿음을 저버린 죄

한낱 미물이 저지른 허물일진대

눈 한번 감아 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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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임의 회심곡 중에서


세간탐심 못 버리면 삼악도에 떨어지고

물외사를 좇아오면 안양세계 간다하니.


★ 업경대 - 이승을 떠나면 천상길이냐 지옥행이냐

죄를 비추어 심판하는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