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인(까치의 연인)

by 김운용

둥지 주변은 까치들의 성품 그대로 언제나 깔끔 하고 쾌적하다. 위치도 천적들의 빈번한 침입에 대비해 방어하기 좋은 높은 가지 끝에 짓는다.


자기 가족과 둥지를 지키려는 본능이 매우 강한 까치들의 공격적 성향은 대표적 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맹금류 수리나 황조롱이도 주춤거리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며 강력하고 집요하다.


이러한 까치들의 공격적 성향은 일부일처제라는 관습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가족애란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부부금슬도 좋고 가족 간의 우애도 강해서 외부 세력의 침입으로 자신들의 둥지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놀랄만한 단결력을 과시하며 단체행동으로 맞선다.


한번 전투가 벌어지면 상대방이 자기들 세력권 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격해 다시는 침범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투지로 혼쭐을 낸다.


더러는 그런 집요함이 지나쳐 수리매나 황조롱이 로부터 역공을 당해 목숨을 잃기 도 한다.


봉래산에서 인가가 가깝고 사람들 통행이 많은 곳에 까치들이 주로 집단으로 서식하는데 오늘의 주인공 젊은 까치 연인도 봉래산 평화의 땅 거기에 살고 있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큰길 건너 영취산에서 살았는데 수리매들의 공격으로 큰 변란을 당해 눈 내리기 직전 겨울에 급하게 이곳으로 이주해왔다.


본래 큰길 건너편 영취산은 봄이면 진달래 꽃이 유명하다.

영취산에도 까치들이 집단으로 오랫동안 서식해왔다.


그동안 부모형제들과 영취산 곳곳을 비행하며 아무 탈 없이 평온하게 살아왔는데 가뭄 이 극심해 샘물 마저 메말라버린 어느 날 영취산 같은 낮은 산에는 잘 나타나지 않던 수리매가 떼 지어 몰려와 기습적 으로 공격을 해왔다.

제대로 저항도 한번 못해보고 부모형제는 물론 이웃들까지도 거의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수리매의 공격에는 이유가 없었다. 약탈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강자에게만 주어진 본능에 따른 살상일 뿐이었다.



졸지에 부모형제를 잃고 정든 둥지마저 빼앗겨 버린 숫까치는 이웃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까치들 과 근처 각심사터 뒤뜰에 있는 밤나무 근처로 은신처를 서둘러 옮겼다.


졸지에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젊은 까치들 은 부쩍 정이 들어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함께 비행도 하고 먹이도 구하고 둥지도 새로이 공사하면서 다시금 희망을 키워 나갔다.


걔 중에는 서로 자주 어울려다니다 점점 가까워져 연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평화로웠던 각심 사에 수리매들이 다시 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는 대비를 해왔던 터라 까치들도 신속하게 반격으로 맞섰다. 격렬한 전투 끝에 수리매의 2차 공격을 물리치긴 했으나 까치들의 피해도 심각 했다.


특히 절친했던 벗을 비롯해 절반 가까운 까치들이 희생이 됐다. 부모형제를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까운 연인까지 또 잃게 되자 각심사의 까치둥지 는 비통에 잠겨 버렸다.


가까스로 수습을 마친 주인공 숫 까치는 몇 안 남은 생존한 까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제 영취산 어디 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며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을 제안했다.


누구도 이의가 없었지만 각자 떠날 곳은 달랐다. 절친한 벗의 연인 암 까치는 연인의 친구인 숫 까치를 따라나서기로 했다.


봉래산을 다녀와 안전하게 지낼만한 곳을 미리 알아본 숫 까치로부터 함께 봉래산으로 이주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받은 암 까치는 먹이며 둥지며 많은 위로와 도움을 그동안 숫까치로부터 받았기에 점차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맘이 생겨났다.


눈감으면 먼저 떠나간 연인이 떠올라서 머리를 흔들다가도 수리매들이 또다시 습격해올 텐데 이대로 주저앉아있다 따라 죽을 수는 없으니 평화의 땅으로 함께 떠나자는 숫 까치의 간곡한 호소를 더는 뿌리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수리매도 여전히 영취산 까치골 주변 상공을 크게 원을 그리며 호시탐탐 위협을 가하려 때를 노리고 있어 오래 지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둥지터를 찾아야 하며 둥지 를 지으려면 눈 내리기 전에 이주를 해야 한다는 숫 까치의 단호한 생각에 이미 모든 걸 그에게 맡기기 로 한 암 까치는 그동안 매몰차게 대했던 미안한 마음에 더해 새로운 감정마저 싹트기 시작했다.

가족을 모두 잃은 젊은 까치들은 그래도 부모형제 들이 잠든 정든 영취산 둥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무자비한 수리매들이 언제 또 갑자기 몰려와 생명을 위협하려 들지도 모를 이 위험한 땅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 안전한 곳을 찾아야 겠기에 하나둘씩 서둘러 떠나갔다.


우리의 주인공 숫 까치는 봉래산을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 사전에 물색해둔 사슴 계곡 입구 큰 밤나무로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이동을 했다.



비로소 마음을 연 연인을 위해 둘만이 지낼 최적의 장소를 찾으려고 봉래산을 드나들다 가 토박이 텃새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위험에 처한 적도 있었 지만 그때마다 강한 체력과 연인을 위한 일념으로 극복해 나갔다.


결국 텃새들과의 자리싸움에서 이겨 일부러 둥지를 구하러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하게 된 것이다.


밤나무 꼭대기는 까치들이 둥지를 틀 장소로 선호 하는 최적의 터다.


젊음은 확실히 다르다. 새로운 둥지를 완공하고 난 후 두 연인은 사슴골 주변을 함께 비행하면서 이웃한 까치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땅에서 빠르게 적응해갔다.


직박구리 물까치 까마귀 등 이민족의 기웃 거림을 날씬하면서도 근육질 몸으로 단련된 재빠른 움직임 하나만으로 힘 안 들이고 쫒아내버리자 외부에서 이주해왔다며 거리를 두었던 이웃 까치들도 그 뒤 론 그 둘을 신뢰하고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평소 부모처럼 여기며 친하게 지내온 노부부의 둥지 밑에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채 도사리고 있는 회색 길냥이를 두 젊은 연인이 부리로 들이받고 발톱으로 위협을 가해 목숨을 걸고 물리쳤던 사건은 사슴 계곡 까치마을 안에선 전설이 되어버렸다.


특히 이 사건 이후로 외지에서 왔다며 보수 적으로 대했던 나이 지긋한 원로 까치들조차 흐뭇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까치 연인의 활약으로 안정이 되어 가 자 봉래산 사슴 계곡으로 새로이 이주해오는 까치들의 수도 늘어났다.


까치들은 머리가 좋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서 어디에서든 잘 산다.

더군다나 봉래산엔 독수리나 매 같은 상위 포식자가 거의 없어 까치들은 나름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았다.


까치들은 공중에서 보내는 시간 못지않게 지상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많다. 다른 새들은 뒷발 가락이 없는데 까치는 한 개가 더 있어 총총총 빠른 걸음 으로 움직일 수 있어 지상에서도 다른 새들보다 먹이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잡식성이라 땅 위에서 구할 수 있는 먹잇감 이 많아 생존에 유리하고 그런 식습관 때문에 환경적응력이 뛰어나게 된 것이다.


젊은 까치 연인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둥지를 지키는 일뿐만 아니라 날갯짓이 힘겹고 활동이 불편한 어려운 늙은 까치 들의 먹이도 구해와 가져다 주기도 했다.


둘은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늘 붙어 다니면 서 부리를 맞대어 부비며 사랑을 나누었다. 때로는 멀리 큰 하천까지 공중 비행으로 날 아가 함께 여행도 다녔고 어느 날 밤엔가는 꽃향내가 좋은 밤나무가지 위에 나란히 앉아 다정히 노래도 부르면서 사랑을 속삭였다.


젊은 나이에 아프고 시린 상처를 겪었기에 숫 까치는 자신보다 암 까치를 위해 더 많이 배려하고 위로하려 갖은 애를 썼다.


그렇게 두 젊은 연인은 작지만 평화로운 사슴 계곡 숲 속에서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더욱더 깊은 애정을 꽃피워갔다.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이곳 봉래산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안 고 내리는 폭우로 인해 둥지가 흔들려 위험에 처한 이웃이 생겨났고 빗물에 쓸려나간 숲 속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결국 부모 자식처럼 지내던 이웃한 노 까치 부부가 간밤에 내린 폭우로 둥지가 무너 져내려 며칠 후 둥지 아래 나무뿌리에 걸린 채 죽엄으로 발견되었다.


부모 같았던 노부부 까치의 시신을 급한 데로 수습해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둘은 또 한 번 닥친 아픔으로 크게 낙담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 했다가 정든 이웃들의 무너진 둥지를 목격하고는 그대로 남기로 마음을 바꿨다.


둥지를 잃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다른 이웃들을 나 몰라라 할 순 없는 일이라 남아서 돕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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